야당 탄압·살해 의혹 배후 지목
수십만명이 숨지는 인종학살이 빚어졌던 아프리카 동부 르완다에서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의 개표 결과, 93%의 압도적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나머지 세 후보는 0.5%~5.15%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투표율은 97%를 기록했으며, 새 임기는 7년이다. 카가메 대통령은 1994년 50만~80만명이 숨진 인종학살 이후 르완다를 이끌다가, 2003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그는 1994년 4월 100일간 종족분쟁으로 다수 후투족이 소수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을 학살한 참극을 수습하고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야당 등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유력 야당 지도자들이 체포돼 출마하지 못했고, 일부 반정부 인사가 살해되는 등 공포 분위기도 조성됐다. 지난달 야당 부총재가 살해된 채 늪에 버려지고, 육군 장성에 대한 살해 음모에 정부가 관여된 것을 밝혀낸 기자가 6월 살해되기도 했다. 야당은 카가메 대통령이 자신들을 탄압해왔다며, 이런 살해사건의 배후로 그를 지목했다. 아프리카 선거감시단 등도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야당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르완다에서는 대선 이틀 뒤인 11일 수도 키갈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폭탄이 터져 7명이 부상을 입는 등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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