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뒤 페이스북에 게재
팔 “점령자 속내 드러내”
팔 “점령자 속내 드러내”
이스라엘 퇴역 군인이 현역 시절 붙잡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배경 삼아 조롱하는 듯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에덴 아베릴이라고 밝힌 전 이스라엘 여군은 소셜네트워크사이트인 페이스북에 “군대,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런 사진들을 올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진은 두 장이다. 첫번째 사진은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팔레스타인 남성 3명 앞에서 그가 웃고 있는 모습(사진)이다. 두번째 사진은 그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역시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팔레스타인 남성 1명을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사진이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체포할 경우 도망가지 못하도록 손을 묶고 눈을 가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방문한 친구들과 별것 아니라는 듯 농담도 주고받았다. 한 친구가 문제의 사진들에 대해 “너 참 섹시해보인다”고 적자, 아베릴은 “(팔레스타인 남성이) 사진을 완성해 준 셈이지. (팔레스타인 남성이) 페이스북을 하는지 궁금하네”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3년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포로들을 학대하고 자랑스럽다는 듯 사진까지 찍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군 몇 명은 감옥에 갔다. 그러나 이번 일은 아부그라이브 사건 때와는 달리 물리적 학대라는 점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수행 중이나 기지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문제를 일으킨 아베릴은 1년 전 퇴역한 상태이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스라엘군 대변인 바라크 라즈는 “보안 문제는 제쳐놓고라도, 도덕과 윤리 기준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다”며 “현역이라면 군법회의 회부감”이라고 말해 진화에 나섰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 가산 카티브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모욕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령자의 속내를 보여준 사진들”이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도덕하며 부패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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