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트 서울지점’ 제재 압박
사실상 지점폐쇄인 ‘자산동결’ 지속 요구
유일한 ‘비중동 지점’…중-이란 거래창구
미, 한국조처 토대로 중국동참 압박노려
사실상 지점폐쇄인 ‘자산동결’ 지속 요구
유일한 ‘비중동 지점’…중-이란 거래창구
미, 한국조처 토대로 중국동참 압박노려
미국은 앞서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의 제4차 이란 추가제재안을 통과시킬 때도, 제재 대상을 적시하고 여기에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미국이 이처럼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서울지점이 멜라트은행의 국외 지점 중 유일한 비중동 국외 지점인데다 중국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이란과 상당한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7일(현지시각) “유럽 등 각국의 강도높은 제재에 따라 이란이 실질적으로 숨쉴 수 있는 곳은 서울밖에 없다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은 서울지점 폐쇄를 원하지만, 최소한 영업이 안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유엔 안보리의 제1차 이란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미국의 독자적인 행정명령에 따라 대량파괴무기(WMD) 확산과 테러지원 관련 의혹이 있는 이란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꾸준히 제재대상 목록에 올렸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이미 2008년부터 미 재무부에 의해 제재 목록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때까진 이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여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7월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 의회가 통과시킨 ‘포괄적 이란 제재법’에 서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법안은 기존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이란의 기업·은행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해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초 법안 시행세칙을 10월 초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7일 한달 반이나 앞당겨 발표했다. 미국의 의지가 단호함을 알린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계속 보이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행세칙은 미 국내법이어서 한국이 이를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그러나 외교관계로 볼 때, 미국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무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미국처럼 독자적인 이란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조만간 해당국가의 특정기업에 이란 거래에서 예외조항을 적용해주는 ‘이란 제재 긴밀협력국’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런 간접방식을 통해서도 한국 등 우방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달 말 아인혼 조정관의 중국 방문에 앞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조처가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 일본에서의 성과를 들고 중국의 이란 제재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 논리적 수순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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