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직접 평화협상 전망
영토문제 직결 난항 예상
영토문제 직결 난항 예상
꺼져가던 중동평화협상의 불씨가 미국의 중재로 겨우 되살아났지만, 협상의 성공과 지속 여부는 한 치 앞이 안보이는 안개 속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다음달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1년 시한의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008년 12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과 지난 5월 이스라엘의 가자 구호선 공격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이 20개월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강행이 협상의 최대 변수이자 걸림돌이다. 정착촌 문제는 중동평화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국경선 구획 및 영토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추가건설 잠정중단’ 조처는 다음달 26일로 시한이 만료된다. 팔레스타인은 정착촌 확장 중지를 협상의 기본조건으로 요구해왔으나, 이스라엘은 ‘조건 없는 협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불신과 이스라엘의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협상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는 협상재개 발표 뒤 “이스라엘 정부가 9월26일 이후 새로운 (정착촌 건설) 입찰을 발표하면 협상을 계속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정착촌이 아닌 평화를, 점령이 아닌 화해를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스라엘의 좌파 야당들도 베냐민 네타냐후 보수연정에 ‘진정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메레츠당의 하임 오론 대표는 공영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전면 동결하고 국제사회가 규정한 국경선(1967년 점령 이전 국경선) 바깥으로 철수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협상은 모두에게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을 곧장 재개하진 않을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1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 공공정책연구소의 스티브 클레먼스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의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로부터 이 정착촌 동결을 연장하겠다는 ‘비공식’ 언질과 약속을 받았다”고 보도했다.필립 크라울리 대변인은 정착촌 문제에 대해 “협상에 많은 난제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는 협상 개시를 열망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평화협상이 전적으로 오바마 미국 정부의 정치적 구상과 압박으로 마련된 것도 한계이자 과제다. 가자지구에 있는 알아자르대학의 나지 슈라브 교수는 <신화통신>에 “협상이 평화적으로 양쪽의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굴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상은 미국의 구실에 의지하게 될텐데, 불행히도 미국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바다엘 연구센터의 알마스리 소장도 “협상 중재국들이 협상의 정신과 내용보다는 협상의 모양새에 더 관심이 컸다”며 “이런 환경에서 직접협상은 이스라엘만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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