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철수’ 시험대 올라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한 지 불과 닷새만에 이라크 미군이 전투에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5일 오전 중무장한 반군 6명이 바그다드 중심부의 이라크 육군 11사단 루사파 사령부를 공격해 이라크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으며, 미군은 지상과 공중에서 이라크군을 지원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현지 미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군들의 이날 공격은 2명이 기지 후문 앞에서 폭탄을 장착한 차량과 몸에 두른 폭탄조끼를 터뜨리는 틈을 타 4명이 기지 안으로 침투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2명은 사살됐으나 다른 2명은 기지 건물로 피신해 자동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저항하다 자살폭탄조끼를 터뜨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 교전으로 반군을 포함해 12명이 숨졌다. 모병소로도 쓰이는 이 기지는 지난달 17일에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9명이 숨진 바 있다.
이라크군 교육·훈련을 위해 이 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의 에릭 블룸 중령은 “이라크군이 미군에 헬리콥터와 무인공격기, 폭발물 전문가를 요청했다”며 “이라크군이 반격하는 동안 미군은 ‘제압 사격’을 지원하면서 기지 방어에 합세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주둔군 협정에 따르면, 미군은 이라크 쪽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자위권 차원의 전투를 벌일 수 있다.
3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교전은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의 한 관리는 <뉴욕 타임스>에 “미군 병사들이 건물 안에 숨어든 반군을 겨냥해 사격을 하자, 이라크 지휘관들이 ‘마무리 진압작전을 우리에게 맡기고 사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미군이 위협을 받을 경우 대응지침이 불분명한데다, 공식 종료된 ‘전투 행위’의 유형과 범위도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을 ‘이라크이슬람국가’(ISI)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수니파 알카에다 연계세력으로 알려진 이 무장단체는 최근 2주새 이라크 전역 13곳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해 최소 56명을 숨지게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부에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완전철수 시한인 2011년 이후에도 수천명의 미군이 현지에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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