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미 대사관 등에 테러 최소 14명 숨져
가짜 투표용지 대량 나돌아 부정선거 논란도
가짜 투표용지 대량 나돌아 부정선거 논란도
자신의 이름을 아지자(48)라고만 밝힌 아프가니스탄 전직 여교사는 18일 수도 카불 외곽에 있는 집에서 시내까지 들어와 총선 투표를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시내가 좀 더 안전하기 때문에 전날 집에서 나와 여기까지 왔다”며 “오는 도중 (탈레반이 쏜) 로켓포 소리를 듣긴 했지만 투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프간에서는 2001년 미군 침공 이후 두번째 총선이 치러졌다. 지난해 대선 때보다는 줄었지만 유혈사태와 혼란이 여전했으며, 투표율은 40%로 낮았다. 아프간 정부는 “전체적으로 성공적”이라고 자평했지만, 외부의 시각은 유보적이다.
탈레반은 이날 투표소가 문을 열기도 전인 새벽부터 수도 카불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부와 미국 대사관 근처에 로켓포 공격을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전역에서 공격을 가해 이날 민간인 11명과 경찰 3명을 합쳐 최소 14명이 숨졌다. 나토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이번 총선에서 선거와 관련된 폭력사건이 모두 303건 일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당시 479건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부정선거 논란도 수그러들 줄 몰랐다. 아프간 전역에서 선거 전부터 1장에 23센트짜리 가짜 투표용지가 광범위하게 나돌았으며, 실제로 총선 당일 동부 팍티아 지역의 차량 한 대에서 가짜 투표용지 1600장이 발견됐다. 잘랄라바드에서는 제지받지 않고 가짜 투표용지로 투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대선 때는 하미드 카르자이 지지표 중 3분의 1가량이 부적격 투표로 드러났다. 야권 대선 후보였던 압둘라 압둘라는 “만약 이번에도 선거부정이 판을 쳤다면 하원은 집권세력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며 “아프간의 폭력사태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약 360만명이 투표한 것으로 집계돼 투표가 가능한 투표소에서 모든 유권자가 투표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40%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탈레반 공격으로 투표소 1000곳 이상이 문을 열지 못했고, 사람들도 공격을 받을까 두려워 투표소에 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프간 조사정책연구센터의 하로운 미르는 “총선 치안 상황이 개선됐더라도 투표율이 낮다면 사람들이 아프간 민주주의에 실망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프간 총선은 하원의원 249명을 뽑는 선거로 약 2500명이 입후보했으며, 예비 결과는 다음달 8일께, 최종 결과는 같은 달 30일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에서 정당의 힘이 미약하며 지역과 부족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번 선거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많이 낙선하다고 해도 당장 카르자이 정권을 위협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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