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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 민간인 무작위로 골라 벽 옆에 세워두고 정조준했다”

등록 2010-09-28 19:51

장난삼아 3명 살해한 혐의
마약도 빈번하게 사용한듯
미군 심문과정 녹화테이프 공개

“좋아. 이 녀석 털을 벗겨버려. 죽여. 죽여.”

테이프 속에서 미군 제러미 몰록(22) 상병은 상관인 캘빈 깁스 하사가 아프간 민간인에게 수류탄을 던진 뒤, 자신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진술하고 있었다. 몰록 상병이 포함된 아프간 주둔 미 육군 스트라이커부대 소속 5명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아프간 민간인 3명을 무작위로 골라 장난삼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과 <에이비시>(ABC) 방송은 이들에 대한 미국 조사기관의 심문과정이 담긴 녹화테이프를 입수해 27일 공개했다.

몰록 상병의 진술에 따르면, 깁스 하사는 아프간인을 집에서 끌어내어 벽 옆에 세워두고 정조준할 수 있는 위치로 불러세운 뒤 살해했다. 수사관이 “그 아프간인이 무기를 갖고 있거나 당신들에게 공격적이었냐?”고 묻자, 몰록 상병은 “전혀 아니다. 위협적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살해를 주도한 깁스 하사는 희생자들의 손가락과 다리, 치아를 기념품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대 소속으로 마약 소지 혐의를 받고 있는 엠미트 퀸탈 상병은 공개된 테이프에서 “한 번은 염탐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아프간인을 구타한 뒤 깁스 병장이 천을 꺼냈다. 천 속에는 (아프간인) 주검에서 나온 손가락 세 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부대원 중에는 아프간인 주검 두개골을 보관한 이가 있었고, 주검에 칼을 찔러넣은 이도 있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부대원들은 주검 옆에서 사진도 여러장 찍어 컴퓨터 등에 보관해왔다. 이중에는 부대원이 아프간인 주검 머리를 쥔 채 포즈를 취한 사진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부대원들은 대마초 등 마약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퀸탈 상병은 미군 조사관이 부대원들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언제 마약을 사용했냐는 질문에 “안좋은 날이나 스트레스 받는 날 그리고 탈출하고 싶은 날 그랬다”고 답했다.

테이프가 공개된 이날, 미군 당국은 몰록 상병에 대한 예비심리를 열었으며, 몰록 상병과 함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미군 4명에 대한 예비심리도 차례로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이 잔혹한 아프간 민간인 살해를 단죄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5명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아프간 민간인 3명의 주검을 따로 부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사인을 밝힐 방법은 자백 외에는 없다. 몰록 상병의 변호인은 “몰록 상병이 급조폭발물 공격을 받은 뒤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상태에서 지난 5월 심문을 받았다”며 “당시 그는 심문을 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깁스 하사의 변호인은 “공격을 받거나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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