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이라크전 관련 기밀문서 40여만건 중 한 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위키리크스, 군기밀 추가 폭로
임신부·장애인에 총탄세례…수감자 고문·처형도 보고돼
영국 부총리 “미국 해명하길”
임신부·장애인에 총탄세례…수감자 고문·처형도 보고돼
영국 부총리 “미국 해명하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미군 내부 문서를 폭로한 내부고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이번에는 이라크전쟁 관련 미군 문서 약 40만건을 공개해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위키리크스가 22일 밤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건 39만1831건에 들어 있는 내용을 종합해, 2004~2009년 이라크전 사망자가 10만9000명에 달한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중 민간인이 3분의 2가량인 6만6081명, 적으로 분류된 숫자는 2만3984명, 이라크 군경이 1만2196명, 미군 등 연합군은 3771명이다. 미군은 그동안 미군 사망자 수만 공개하고 전쟁의 전체 사망자 수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록을 남겨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라크전 사망자 수를 집계하는 영국 시민단체 ‘이라크 보디 카운트’는 미군 기록에서 보이는 민간인 사망자 중 1만5000여명은 과거에는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대부분은 시아-수니파 분쟁 등과 관련한 폭탄테러와 학살행위의 희생자다.
하지만 미군의 과잉대응과 오인사격으로 숨진 이라크 민간인도 6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2006년 5월 임신부를 태운 차량이 산부인과에 가기 위해 검문소를 지나치자 수상한 차량으로 여기고 사격을 가해 임신부가 숨졌다. 정신장애를 앓는 이가 검문소로 접근하자 총살한 사례도 있었다.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문건이 미군 일선부대가 보고한 자료인 것을 고려하면, 민간인 사망자 규모는 축소됐을 가능성도 높다. 이라크전이 개전(2003년 3월)한 해의 사망자 통계가 빠진 것도 실제 사망자가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 기록된 것보다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는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아프간전 문건 공개 때처럼 이번 폭로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멀린 미군 합참의장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문건에 담긴 내용이 “충격적”이며 “미국 정부가 (교전규범 위반 등의 문제에 대해) 답변하기를 바란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이라크 군경이 수감자들을 고문하고 불법적으로 처형하는 사례가 다반사라는 것도 보여줘, 이라크 내부에서도 파문이 일고 있다. 수감자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했을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불법적으로 총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총선에서 근소한 차의 승리를 거둔 이라크 야당 이라키야는 “이라크 감옥의 학대와 고문 관행은 한 사람이 국가안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며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새 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시점에 문건이 공개된 것이 의심스럽다”며 “제대로 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에서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총선 뒤 7개월이 넘도록 새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