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샤르크 연구센터의 하이삼 하디 누만(39) 센터장
민간 여론조사센터 누만 소장
부시 전쟁 정당화 발언 비판
“미 대책없는 철군도 문제될것”
부시 전쟁 정당화 발언 비판
“미 대책없는 철군도 문제될것”
“사담 후세인 체포 직후인 2004년만 해도 이라크 국민들은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뭐가 나은 건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아요.”
이라크 아샤르크 연구센터의 하이삼 하디 누만(39) 센터장은 2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를 완전히 파괴해버렸고, 이라크에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7년만에 끝났지만 “달라진 것이라곤 도시의 거리에서 미군이 사라졌다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아샤르크 연구센터는 이라크의 민간 여론조사기관이며, 누만 소장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중동 차세대 지도자 초청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누만 센터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에서 이라크 침공 결정을 정당화한 데 대해 “이라크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며 “미국이 이라크에 존재할 필요는 있지만 부시가 했던 방식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떠나면 그 빈 자리에 이란이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대외개방과 경제발전뿐 아니라 인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도 미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미군의 전면철군이 실현될지 여부는 “이라크를 둘러싼 아랍지역의 정세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현재 이라크가 처한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만행에 대해선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이라크인들은 이미 너무 많이 겪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이라크의 현 집권세력이 자신들에 비판적인 보도나 인권단체들의 보고서를 모두 거짓이라고 오도하고 있다”며 “오랜 전쟁과 내부분쟁 탓에 이라크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선 8개월만에 권력분점을 통한 새정부 구성에 합의한 정치권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총리가 바뀌지 않았고,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 같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누만 센터장은 현재 이라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정권이 아닌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강력한 통치자, 충분한 자유, 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경제발전 등 세 가지라고 꼽았다.
그는 “이라크인들은 조국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강한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이라크 재건을 위해선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경제적, 외교적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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