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키스탄 군대의 보복살해 관행을 파악하고도 파키스탄 군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론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전문을 보면,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 앤 패터슨은 지난해 9월10일 파키스탄 군과 준군사조직들이 탈레반 소탕전을 벌이는 서부 스와트계곡 지역에서 보복살해를 일삼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문은 “파키스탄 군의 인권침해 주장과 관련한 증거들이 늘고 있다”며 “핵심은 전장에서 사로잡힌 테러리스트들의 처우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군 사령관들은 구금자들을 재판에 넘기면 석방될 가능성이 있어 현장 처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한다고 미국 대사관은 보고했다. 당시 스와트계곡에서는 수백명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미국 대사관은 포로 5000여명이 이런 위기에 처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은 “미국 정부가 보복 문화를 바꿀 수는 없다”며 은밀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복살해 중단은 파키스탄 군과 정부의 선의에 달렸다면서, 공개적 압력을 너무 가하면 그런 선의가 잠식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공개적) 언급을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전문엔 미국 법이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외국군대에 대한 원조 삭감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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