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부패 정보 제공하며 ‘밀월관계’
탈레반에 뇌물주자 미 태도 돌변해 체포
탈레반에 뇌물주자 미 태도 돌변해 체포
탈레반에 무기와 자금을 공급해온 혐의로 지난 2008년 체포돼 미국에 수감중인 아프가니스탄의 ‘마약왕’ 하지 주마 칸이 여러해 동안 미 정보당국의 정보원 노릇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주마는 탈레반과 아프간의 부패 실상, 다른 마약조직 등에 대한 정보를 미 중앙정보국(CIA)과 마약단속국에 제공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남쪽 국경지대의 밀수상인이었던 주마는 2001년 미군 침공 당시 체포됐다가 곧 풀렸났는데, 이때 거래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1~2002년 탈레반에 대한 저항운동을 지원하는 대가로 다른 아프간 부족장들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거액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의 거대 마약조직 총책으로 급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마와 미 정보당국의 밀월 관계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에는 워싱턴을 방문해 중앙정보국 및 마약단속국 간부들과 비밀 회동을 갖고, 뉴욕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주마는 200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자는 미 마약단속국의 연락을 받고 방문했다가 체포돼 뉴욕으로 압송됐다.
미국은 애초 알카에다 지도부의 체포나 사살이 주목적이어서 마약밀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아프간의 다른 마약조직과도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간의 마약상들이 거래를 위해 탈레반에 뇌물을 주면서 문제가 달라졌고, 이 때문에 그동안의 노선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마약과의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간에서 어떻게 부딪치는지, 지난 9년간 아프간에서 마약근절 정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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