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50)
칸·베니스 등서 수상한 파나히 감독에 징역6년 선고
30% 만든 영화 문제삼아…“전례 없는 일” 항소뜻
30% 만든 영화 문제삼아…“전례 없는 일” 항소뜻
“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를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관용과 상호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믿는다.…우리나라는 매우 위태로운 상태이고, 나는 진실로 관용이야말로 임박한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이고 명예로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지난 3월 반체제 활동 혐의로 체포됐던 이란의 유명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50·사진)는 법정 진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열린 재판에서 파나히는 결국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이스나>(ISNA) 통신은 20일 그의 변호인 말을 인용해, 파나히가 앞으로 20년 동안 영화 제작과 시나리오 집필, 해외여행, 국내외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금지 명령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대선 부정선거 논란과 시위 이후 높아가는 보수 강경 이슬람 목소리는 한 영화감독의 입에 끝내 재갈을 물렸다.
파나히 감독은 지난해 부정선거 항의 대규모 시위에 참가하고, 이란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3월1일 집에서 부인과 함께 체포돼 수감된 뒤 변호인 접견, 가족 면회조차 금지되자 단식투쟁을 벌였다.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를 포함해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올리버 스톤 등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들까지 나서 그의 석방을 이란 당국에 촉구했다. 이후 보석금 20만달러를 내고 일단 풀려났지만 이번 판결로 다시 철창 속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파나히 감독은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1995년 <하얀 풍선>으로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으며, 2000년 <서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2006년 <오프사이드>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감옥에서 방금 출옥한 여성들을 통해 여성 차별 현실을 비춘 <서클>, 금녀의 땅인 축구경기장에 가려다가 체포당할 뻔한 소녀들의 이야기인 <오프사이드> 등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다.
파나히 감독과 함께 반체제적인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젊은 영화감독인 모하마드 라술로프도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정부가 지난해 대선 이후 비판적 지식인들에 대해 강경 기조를 강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파나히 감독은 법정 진술에서 “이란에서 영화 상영 금지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영화감독에게 앞으로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명령은 전례가 없다”며 “현재 만들고 있는 영화가 30%밖에 진행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불온하다고 미리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파나히 감독은 지난 9월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술로프 감독과 같이 만들고 있는 영화는 가족과 선거 뒤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의 변호인은 이번 법원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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