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기독교도 인구 비율
과격 이슬람들 이집트·파키스탄서 교회에 잇단 테러
“긴 전쟁에 무슬림 폭발” 분석속 기독교인 설 땅 잃어
“긴 전쟁에 무슬림 폭발” 분석속 기독교인 설 땅 잃어
이집트 콥트 기독교 신자들은 콥트 기독교 크리스마스 이브인 6일, 여느 해의 알록달록한 옷 대신 검은 옷을 입고 예배를 보러갔다. 예수의 신성만을 인정하는 기독교의 일종인 콥트 기독교인들에게 1월7일은 고대 이집트력에 따른 크리스마스로 가장 큰 축일이지만, 지난 1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알키디신교회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 23명이 희생되고 난 뒤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다.
교회 앞에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놓이던 꽃이나 붉은색 카펫은 없었으며, 대신 금속탐지기와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경찰 7000명을 콥트 기독교 교회들 주변에 배치하고, 차량 폭탄테러 우려 때문에 교회 주변의 자동차 주차를 금지했다. 이집트 무슬림 일부는 기독교도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교회 주변에 모여 인간 방패를 자처했다. 새해 아침 자살폭탄 테러는 알카에다와 연계되어 있는 ‘이라크 이슬람 국가’라는 단체가 이집트 콥트 교회에 대한 공격을 경고한 이후 나온 것이다. 테러 배후가 알카에다 연관 단체인지 아니면 이집트 자생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타 종교에 ‘관용적’인 무슬림이 변하는 걸까?
이집트뿐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에 관용적인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파키스탄 펀자브 주지사 살만 타시르의 피살 사건은 단적인 예다. 그는 이슬람교를 모독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기독교도 여성에 대한 사면을 주장했다가 경호원이 쏜 총에 피살됐다.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과격한 이슬람단체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 바그다드 교회에 폭탄테러 공격이 일어나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후세인 정권이 이끄는 바트당 정권은 기독교도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이었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과격 수니파 무장단체들의 기독교도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라크 기독교도 인구는 2003년 전쟁 뒤 절반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며, 무슬림들이 같은 지역에 사는 일반 기독교인에 대한 관용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 정세의 변화 등으로 기독교도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1940년대에 태동한 세속적 아랍민족주의 운동인 ‘바트운동’의 설립자 중엔 기독교도들이 포함될 정도였지만, 이슬람주의 정치운동이 지배적으로 바뀌며 기독교도들은 설 땅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중동 전체 기독교도 인구 비율은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20%에서 최근엔 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콥트 기독교도인 에마드 아테프(25)는 <로이터> 통신에 “더는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고 그건 내 주위 사람들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이집트 콥트 기독교도인 에마드 아테프(25)는 <로이터> 통신에 “더는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고 그건 내 주위 사람들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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