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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남부 독립해도 ‘석유 이권다툼’ 가시밭길

등록 2011-01-17 08:38수정 2011-01-17 08:48

수단의 유전 및 정유시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남부 투표로 독립 결정해 제국주의때 그어진 국경 바꿔
남북접경 유전지대 ‘불씨’…북부, 이슬람 강경화 예고
분리투표 이후 수단의 앞길은?

아프리카의 지도가 바뀌게 됐다.

15일 종료된 일주일간의 국민투표에서 수단 남부 주민들은 분리독립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큰 동북부의 광대한 나라인 수단이 둘로 쪼개지게 된 것이다. 2005년 1월 평화협정으로 남부 자치정부가 선 지 6년 만이다. 자치수도 주바는 내전의 완전종식과 독립국가 수립의 기대감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변이 없는 한 남부 수단의 독립국가 수립은 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시작인지, 갈등의 진화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뿌리깊은 갈등 요인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단은 1955년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에서 독립과 동시에 기나긴 유혈분쟁의 막이 올랐다. 41년에 걸친 두 차례의 내전(1차 1955~72년, 2차 1983~2005년)으로 수백만명이 숨졌다. 북부는 아랍 이슬람계가 주류이고, 남부는 기독교나 토착신앙을 믿는 여러 부족이 살고 있다. 오마르 알바시르 현 대통령을 비롯한 북부 출신 권력자들의 독재와 남부 차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남부 수단의 분리는 단순히 또 하나의 신생국 탄생만을 뜻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열강이 19세기 식민통치 시절에 획정한 국경선이 바뀌는 매우 예외적인 전례를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민세력은 자신들의 이해와 역학관계에 따라 아프리카의 산과 강과 호수를 멋대로 갈라놨다. 아프리카 토착민들의 인종, 종교, 문화적 차이는 무시된 채 국가라는 한 울타리에 묶였다. 백년을 지속할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그렇게 잉태됐다. 수단만 해도 무려 590여개의 크고 작은 부족에 400여개의 언어가 있을 만큼 이질성이 크다.


1950~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퉈 식민 지배에서 독립하면서, 국경선 문제는 최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963년 5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대와 공동발전을 목표로 결성된 아프리카통일기구(OAU, 현 아프리카연합 AU)는 출범 직후 아프리카의 식민시대 국경선을 인정한다고 공표했다. 각국의 합의를 이끌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도 분리독립의 숙원은 이뤘지만, 당장은 새로운 문제들과 갈등 요인이 시한폭탄처럼 잠복해 있다. 무엇보다 남부는 오랜 내전과 차별로 자체적인 국가 운영 능력과 경제 기반이 부족하다.

유엔식량계획(WFP)은 지난 12일, 오는 3월 춘궁기가 닥치면 남부에서만 140만명이 긴급 식량원조를 필요로 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수는 2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 3명중 1명꼴이다.

대부분 사막 지대인 북부와 달리, 남부는 사바나(열대 초원) 지대여서 먹을거리가 풍부했으나, 인간의 분쟁은 자연의 혜택까지 망가뜨렸다. 북부 농민들이 가축에게 풀을 뜯겼던 중남부 초원도 국경으로 단절된다.

수단의 석유자원은 무력충돌의 재발이 우려될 만큼 인화성이 크다. 유전지대와 정유시설의 70%가 남북 국경지대 인근에서 남부 수단에 치우쳐 있는 반면, 홍해로 연결되는 송유관과 수출항은 북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의 국경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로 갇힌 모양새다. 투표 기간 중 남북 접경의 유전지대인 아비에이 지역에선 북부 아랍계와 남부 흑인부족 간의 충돌로 최소 76명이 숨졌다.

국제 부정부패 감시 비정부기구인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현재 석유수익 배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내전 재발을 막기 위해선 남북 수단 양쪽이 이달 말로 만료되는 기존 협약을 대체할 더 투명한 석유협약을 체결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다르푸르 사태도 해결과 치유가 시급한 난제다. 갈등은 2003년 초 아랍계 유목민과 아프리카 흑인들 사이에 물과 토지 점유권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무차별 학살과 집단 성폭행으로 지금까지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알바시르 대통령은 지난달 “남부가 독립하면 북부에선 이슬람을 유일한 종교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유일한 법률로, 아랍어를 유일 언어로 삼겠다”고 공언해 또다른 불씨를 예고했다. 알바시르는 다르푸르 학살을 지원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지붕 다종족’ 국가분리 ‘도미노’ 번지나

기독교-이슬람 갈등 첨예
나이지리아 내분 ‘지뢰밭’
이집트·소말리아도 긴장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사디크 알마흐디(75) 전 수단 총리는 남부의 분리독립 투표 직전인 지난 8일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 국경에 대한 축복은 사라졌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려면 수단, 에티오피아, 우간다, 나아가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이 해체돼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한지붕 여러 가족’이 많은 아프리카연합(AU) 국가들은 ‘분리독립 도미노’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기독교 국가들이 ‘남부 수단은 이슬람으로부터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온 기독교 희생자’라는 인식을 갖고 수단의 분리독립을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종교적, 민족적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은 나이지리아다. 지난해 성탄절 이후 지금까지 3주 동안에만 잇따른 폭탄테러로 최소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는 관례적으로 남부 기독교도와 북부 무슬림이 대통령을 8년씩 번갈아 맡아왔지만, 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긴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북부 출신 대통령이 임기 중 병사하자 남부 출신 굿럭 조너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는데, 순번을 어기고 이번 대선에 도전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아랍계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3%에 지나지 않음에도 아랍연맹 회원국일 만큼 아랍계의 세력이 커지면서, 이슬람 반군의 격렬한 저항과 테러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는 최근 콥트교회에 대한 테러가 잇따르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기독교 전통이 뿌리깊은 에티오피아도 무슬림이 34%에 이르면서 종교와 민족 문제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6년엔 국경을 맞댄 소말리아의 이슬람 세력 견제를 위해 내전에 개입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아랍권 ‘못마땅’ 미·아프리카 ‘환영’ 중국 ‘…’

국제사회 엇갈린 반응

남부 수단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아랍권에서는 아랍과 인종적·종교적으로 가까운 북부가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는 수단에서 남부가 쪼개져 나가는 것을 마땅치않아 한다. 아랍권은 수단의 분리가 아랍세계의 통합을 이상으로 하는 ‘아랍주의’(Arabism)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긴다고 아랍에미리트 언론 <더 내셔널>은 최근 전했다. 실제로 남부 수단 분리독립 국민투표가 시작된 지난 9일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수단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는 “(분리 움직임이)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알파이살 외무장관은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경계했다.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남부 수단 분리독립을 지지해 아랍 세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의심도 많다고 <더 내셔널>은 전했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남부 수단의 독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랍 색채가 짙은 북부와는 달리 남부 수단은 인종적·문화적으로 사하라 이남의 이른바 ‘검은 아프리카’와 가깝다. 2005년 북부와 남부 평화협정에 참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타보 음베키는 최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 국민투표는 “수단의 승리이고 아프리카의 성공”이라며 “아프리카는 남부 수단을 54번째 아프리카 국가로 환영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도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을 환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에서 “남부 수단 주민들이 독립을 원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수단 정부 지도자들이 평화를 선택한다면 경제 제재조처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불간섭이 기본 원칙이며 석유자원 투자를 위해 남부 수단 자치정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티베트 분리독립 움직임 때문에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을 내심 환영하지는 않지만, 남부 수단의 석유자원 투자 문제 때문에 남부 수단과 소원한 관계가 되기도 원치 않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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