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투표로 독립 결정해 제국주의때 그어진 국경 바꿔
남북접경 유전지대 ‘불씨’…북부, 이슬람 강경화 예고
남북접경 유전지대 ‘불씨’…북부, 이슬람 강경화 예고
분리투표 이후 수단의 앞길은?
아프리카의 지도가 바뀌게 됐다.
15일 종료된 일주일간의 국민투표에서 수단 남부 주민들은 분리독립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큰 동북부의 광대한 나라인 수단이 둘로 쪼개지게 된 것이다. 2005년 1월 평화협정으로 남부 자치정부가 선 지 6년 만이다. 자치수도 주바는 내전의 완전종식과 독립국가 수립의 기대감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변이 없는 한 남부 수단의 독립국가 수립은 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시작인지, 갈등의 진화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뿌리깊은 갈등 요인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단은 1955년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에서 독립과 동시에 기나긴 유혈분쟁의 막이 올랐다. 41년에 걸친 두 차례의 내전(1차 1955~72년, 2차 1983~2005년)으로 수백만명이 숨졌다. 북부는 아랍 이슬람계가 주류이고, 남부는 기독교나 토착신앙을 믿는 여러 부족이 살고 있다. 오마르 알바시르 현 대통령을 비롯한 북부 출신 권력자들의 독재와 남부 차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남부 수단의 분리는 단순히 또 하나의 신생국 탄생만을 뜻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열강이 19세기 식민통치 시절에 획정한 국경선이 바뀌는 매우 예외적인 전례를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민세력은 자신들의 이해와 역학관계에 따라 아프리카의 산과 강과 호수를 멋대로 갈라놨다. 아프리카 토착민들의 인종, 종교, 문화적 차이는 무시된 채 국가라는 한 울타리에 묶였다. 백년을 지속할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그렇게 잉태됐다. 수단만 해도 무려 590여개의 크고 작은 부족에 400여개의 언어가 있을 만큼 이질성이 크다.
1950~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퉈 식민 지배에서 독립하면서, 국경선 문제는 최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963년 5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대와 공동발전을 목표로 결성된 아프리카통일기구(OAU, 현 아프리카연합 AU)는 출범 직후 아프리카의 식민시대 국경선을 인정한다고 공표했다. 각국의 합의를 이끌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도 분리독립의 숙원은 이뤘지만, 당장은 새로운 문제들과 갈등 요인이 시한폭탄처럼 잠복해 있다. 무엇보다 남부는 오랜 내전과 차별로 자체적인 국가 운영 능력과 경제 기반이 부족하다. 유엔식량계획(WFP)은 지난 12일, 오는 3월 춘궁기가 닥치면 남부에서만 140만명이 긴급 식량원조를 필요로 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수는 2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 3명중 1명꼴이다. 대부분 사막 지대인 북부와 달리, 남부는 사바나(열대 초원) 지대여서 먹을거리가 풍부했으나, 인간의 분쟁은 자연의 혜택까지 망가뜨렸다. 북부 농민들이 가축에게 풀을 뜯겼던 중남부 초원도 국경으로 단절된다. 수단의 석유자원은 무력충돌의 재발이 우려될 만큼 인화성이 크다. 유전지대와 정유시설의 70%가 남북 국경지대 인근에서 남부 수단에 치우쳐 있는 반면, 홍해로 연결되는 송유관과 수출항은 북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의 국경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로 갇힌 모양새다. 투표 기간 중 남북 접경의 유전지대인 아비에이 지역에선 북부 아랍계와 남부 흑인부족 간의 충돌로 최소 76명이 숨졌다. 국제 부정부패 감시 비정부기구인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현재 석유수익 배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내전 재발을 막기 위해선 남북 수단 양쪽이 이달 말로 만료되는 기존 협약을 대체할 더 투명한 석유협약을 체결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다르푸르 사태도 해결과 치유가 시급한 난제다. 갈등은 2003년 초 아랍계 유목민과 아프리카 흑인들 사이에 물과 토지 점유권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무차별 학살과 집단 성폭행으로 지금까지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알바시르 대통령은 지난달 “남부가 독립하면 북부에선 이슬람을 유일한 종교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유일한 법률로, 아랍어를 유일 언어로 삼겠다”고 공언해 또다른 불씨를 예고했다. 알바시르는 다르푸르 학살을 지원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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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퉈 식민 지배에서 독립하면서, 국경선 문제는 최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963년 5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대와 공동발전을 목표로 결성된 아프리카통일기구(OAU, 현 아프리카연합 AU)는 출범 직후 아프리카의 식민시대 국경선을 인정한다고 공표했다. 각국의 합의를 이끌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도 분리독립의 숙원은 이뤘지만, 당장은 새로운 문제들과 갈등 요인이 시한폭탄처럼 잠복해 있다. 무엇보다 남부는 오랜 내전과 차별로 자체적인 국가 운영 능력과 경제 기반이 부족하다. 유엔식량계획(WFP)은 지난 12일, 오는 3월 춘궁기가 닥치면 남부에서만 140만명이 긴급 식량원조를 필요로 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수는 2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 3명중 1명꼴이다. 대부분 사막 지대인 북부와 달리, 남부는 사바나(열대 초원) 지대여서 먹을거리가 풍부했으나, 인간의 분쟁은 자연의 혜택까지 망가뜨렸다. 북부 농민들이 가축에게 풀을 뜯겼던 중남부 초원도 국경으로 단절된다. 수단의 석유자원은 무력충돌의 재발이 우려될 만큼 인화성이 크다. 유전지대와 정유시설의 70%가 남북 국경지대 인근에서 남부 수단에 치우쳐 있는 반면, 홍해로 연결되는 송유관과 수출항은 북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남부 수단의 국경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로 갇힌 모양새다. 투표 기간 중 남북 접경의 유전지대인 아비에이 지역에선 북부 아랍계와 남부 흑인부족 간의 충돌로 최소 76명이 숨졌다. 국제 부정부패 감시 비정부기구인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현재 석유수익 배분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내전 재발을 막기 위해선 남북 수단 양쪽이 이달 말로 만료되는 기존 협약을 대체할 더 투명한 석유협약을 체결하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다르푸르 사태도 해결과 치유가 시급한 난제다. 갈등은 2003년 초 아랍계 유목민과 아프리카 흑인들 사이에 물과 토지 점유권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무차별 학살과 집단 성폭행으로 지금까지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알바시르 대통령은 지난달 “남부가 독립하면 북부에선 이슬람을 유일한 종교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유일한 법률로, 아랍어를 유일 언어로 삼겠다”고 공언해 또다른 불씨를 예고했다. 알바시르는 다르푸르 학살을 지원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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