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물가폭등에 10건 발생
“독재시대 끝났다” 분석도
“독재시대 끝났다” 분석도
청년 노점상의 분신 자살이 기폭제가 돼 튀니지의 민중봉기가 ‘재스민 혁명’으로 성공한 이후 폭압정치와 빈곤에 허덕이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18일 현재 분신 기도가 10건으로 느는 등 모방 분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9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에선 18일 두 명의 젊은이가 분신을 기도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이집트 보안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정부 청사 외곽에서 한 젊은이가 분신을 기도했다가 약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고, 알렉산드리아에서도 25살의 실업자 젊은이가 분신을 기도해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고 이집트 경찰은 이날 의사당 근처에서 휘발유를 담은 깡통을 숨겨가던 한 젊은이를 체포하기도 했다. 전날도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빵을 되팔 수 없다는 규정에 항의해 한 식당 주인이 의사당 맞은편 붐비는 거리에서 휘발유를 붓고 분신을 기도한 적이 있다. 이집트는 경제성장이 꾸준하지만 국민 8000만명 중 절반은 아직도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분신은 최근 식료품 가격 상승과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알제리에서 5건으로 가장 많이 벌어지고 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튀니지와 접경하고 있는 엘우에드 지역에서 36살의 실업자가 분신을 기도했다고 보도했다. 알제리 현지 신문 <엘 와탄>은 “수십억달러가 개발 프로그램에 투입됐지만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없었다”며 “사회적 불행의 징후가 온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서쪽에 있는 모리타니에서도 사업가로 알려진 43살 남성이 대통령궁 앞에서 차량 문을 잠근 채 불을 질렀으나 숨지지는 않았다. 이 남성은 자신의 부족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모리타니에서는 군부가 2008년 8월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잡았다.
북아프리카에 번지는 분신 정국은 이 지역 사람들이 독재 정권들에 염증을 느끼는데다 최근의 식료품 가격 상승 때문에 삶의 마지노선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알제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모하메드 라가브는 <알자지라>에 “튀니지는 모든 아랍 사람들이 따를 모델”이라며 “독재자와 독재 정권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3년 독재정치를 펼치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이 쫓겨난 튀니지에서는 17일 과도정부가 구성됐으나 벤알리 정권의 장관들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벤알리 전 대통령의 정당인 입헌민주연합(RCD)을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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