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0주년 세미나서 문서공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걸프전쟁 때 미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옛 소련의 개입을 요청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 사실을 기록한 이라크 문서를 입수해 보관해왔는데, 걸프전쟁(1991년 1월17일~2월28일)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맞춰 공개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 세미나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걸프전 당시 미국 정부 인사들이 참석해 20일 텍사스에서 열렸다.
타리크 아지즈 전 이라크 외무장관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개입을 요청하기 위해 전쟁이 한창이던 91년 2월21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후세인은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 소련의 제안과 미국의 위협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고 자문했다”고 적었다. 당시 후세인은 쿠웨이트에 주둔한 이라크군을 6주 이내 철군하겠다고 했고, 미국은 즉각 철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련은 이라크가 표명한 쿠웨이트 철군 기한을 21일로 축소해 미국과 중재를 시도했다. 고르바초프는 다국적군이 전면 지상전을 개시하기 전날인 23일 아버지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기록에 따르면 후세인은 고르바초프에 대해 아버지 부시를 말릴 의사도 영향력도 없는 ‘악당’이라고 비난했다. 후세인은 “고르바초프가 우리를 속였다. 배신할 줄 알았다”고도 말했다.
후세인은 걸프전쟁 당시 미군이 지상전을 벌일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미군이 지상전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군 4명에 미군 1명꼴로 죽는다 해도 미국은 무너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후세인은 측근들에게 쿠웨이트 유전을 불태우는 것이 서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다국적군 전투기를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기원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