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군벌들 20년간 내전 ‘통치·치안권 붕괴’
외국어선 싹쓸이 어업에 ‘어민들 해적 가담’
외국어선 싹쓸이 어업에 ‘어민들 해적 가담’
소말리아 해적이 국제사회의 골치거리가 된 지는 오래다. 그러나 특히 최근 몇년새의 상황은 최악이다.
국제해사국(IMB)이 지난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해적들에게 붙잡힌 인질 1181명 중 4명을 뺀 1177명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당했다. 1991년 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우리나라의 삼호 주얼리호를 포함해 그리스·알제리·베트남 선적의 선박 4척이 납치됐다. 삼호 주얼리호는 21일 극적으로 구출됐지만, 현재 소말리아에 발이 묶여있는 피랍선박은 31척, 인질은 713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보석금과 보험료, 보안 경비 등 경제적 비용만 연간 70억~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1천만명의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에 있어 ‘아프리카의 뿔’로도 불린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홍해와 아라비아 반도의 들머리에 위치해 해적들로서는 최적의 입지다. 유럽과 중동, 나아가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의 필수 항로이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경제적으로 극도의 혼돈 상태에 있는 내부 사정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나, 1991년 쿠데타 이래 올해로 21년째 무장군벌들의 권력쟁탈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은 1992년 4월 소말리아에 평화유지군(PKF)을 파견했으나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월에는 유엔이 인정한 과도연방정부가 출범했으나, 지금도 통치권과 치안 장악력이 수도 모가디슈의 일부 지역에 그치는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 있다.
소말리아 의회는 지난 18일 과도정부가 제출한 해적처벌 법안을 부결시키고 재입안을 요구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0일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국의 해적들을 “외국 어선들의 소말리아 영해내 불법 어로행위를 막는 영웅이자 비공식 해안경비대”라고 지칭했다.
소말리아는 무려 3025㎞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갖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대만 등 외국의 트롤 어선들이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저인망식 싹쓸이 어업을 하면서 어장이 황폐화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는 오는 23일까지 수정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해적금지법안은 소말리아 해역의 어로행위를 침공으로 규정하는 한편, 해적행위는 5만~50만달러(약 56억원)의 벌금과 5~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해적에 맞선 구출작전이나 퇴치에 각국은 공조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청해부대는 2009년 4월 처음으로 덴마크 상선을 구출한 데 이어, 그 해 8월에는 바하마 선적 화물선에 접근하던 해적선을 제압하는 등 지금까지 15차례나 해적 퇴치의 전과를 올렸다.
프랑스 해군은 2008~09년 사이 세 차례의 구출작전을 모두 성공시켰다. 미국도 2009년 4월 특수전 저격수를 투입해 선박과 선원을 구출했다. 또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미 해병특공대와 유럽연합 해군이 독일 화물선을 구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프랑스 해군은 2008~09년 사이 세 차례의 구출작전을 모두 성공시켰다. 미국도 2009년 4월 특수전 저격수를 투입해 선박과 선원을 구출했다. 또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미 해병특공대와 유럽연합 해군이 독일 화물선을 구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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