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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물밑에선 이스라엘에 다 내줬다

등록 2011-01-24 20:20수정 2011-01-25 17:16

“동예루살렘 정착촌들 이스라엘에 편입해도 좋다” 제안
‘알자지라’‘가디언’ 비밀문서 공개

난민 귀환 문제도 대폭 양보 하마스 맞서 이스라엘과 공조
자치정부 정통성에 큰 타격 …팔레스타인 “완전 거짓투성이” 반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동평화회담에서 팔레스타인 협상대표가 이스라엘 쪽에 전례없이 엄청난 양보를 했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2년째 교착상태인 중동평화협상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협상 진행과정을 담은 팔레스타인 쪽 기밀문서 1600여건을 단독입수해 23일 영국의 <가디언>과 함께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1차로 공개된 8개 문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는 2008년 미국 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협상에서 1967년 이후 건설된 동예루살렘 내 이스라엘 정착촌 가운데 “단 한 곳만을 제외한 모든 정착촌을 양보한다”고 제안해 사실상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점유를 인정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대신 소수계인 아랍계가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이스라엘 경계지역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또 아랍인들이 ‘거룩한 땅’이라 부르는 알하람-알샤리프(유대인들도 ‘템플마운트’라 부르는 성소)의 공동관리도 제안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교환 제의는 요르단강 서안지역 내 대형 정착촌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이 거부했고, 미국은 이스라엘 편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 쪽에 추가 양보를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양보안이 사실이라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가 될 동예루살렘을 양보하거나 교환 대상으로 삼은 셈이기 때문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알하람-알샤리프의 알아크사 모스크에 있는 ‘바위의 돔 사원’의 주권 양도를 거부해 캠프데이비드 협상을 무산시켰던 전례도 있다.

지난 11년간 협상 내용을 기록한 비밀문서와 전자우편, 지도, 고위회담 및 개별협상의 초록 등 수천쪽에 달하는 이들 문서는 출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디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리들과 법률가들이 협상준비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팔레스타인 쪽이 난민 귀환권을 대폭 포기하는 제안을 했고 이스라엘 쪽이 자국 내 아랍계를 새로 건설될 팔레스타인 국가로 이주시킬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문서들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 문서를 검토한 <가디언>은 평화협정에 합의하지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중지시키지도 못한 팔레스타인 정부의 취약성과 자포자기적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협상대표의 오불관언한 협상자세, 미 행정부 관리들이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들을 무시하는 태도” 등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비밀문서 공개는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전체 아랍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임기가 끝난 상황에서 집권을 연장해 오고 있는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정통성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완전히 거짓투성이”라며 조작된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중동평화협상을 중재해온 미 행정부에 대해선, 당장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이 불법이라는 국제법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국제적 압력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 정착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 때 점령한 지역에 건설하기 시작한 유대인 집단거주지.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점령으로 보고 있고, 국제사법재판소도 불법으로 판결한 바 있다.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에 건설했던 정착촌들은 1982년과 2005년 철거됐지만,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지역에는 현재도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2009년 7월 현재 요르단강 서안에는 121개 정착촌에 3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동예루살렘 정착촌에 19만명, 골란고원에 2만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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