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등 민심달래기 나섰지만 반정부 시위 확산저지 역부족

민주주의 고개드는 다른 아랍 국가에선

2주 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 각국은 국민들의 반정부 정서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위는 확산일로에 있다.

아랍권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인 튀니지에서는 과도 정부 반대파와 옹호파가 25일(현지시각) 서로 충돌했다. 튀니지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은 과도 정부에 잔류해 있는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전 대통령 쪽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날마다 시위를 벌여왔다. 그런데 이날 과도정부 지지자 수백명이 “우리 국민은 혁명을 구하기 위해 정부를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지지 시위를 벌이자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1999년 벤알리 전 대통령 때 총리로 임명된 대표적 구체제 인사면서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간누시는 “대선을 치르고 난 뒤에는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튀니지 정부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친 벤알리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 대해 국가 재산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튀니지 이웃 국가인 알제리에서는 정부가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인 물가 잡기를 계속하고 있다. 식료품 관련 세금 삭감 조처에 이어 매달 밀가루를 18%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예멘에서는 32년째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3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을 부자 세습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지난주부터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살레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항간에서 나돈 부자세습도 부인하면서 예봉을 피하려 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집권하고 있는 리비아에서는 정부가 식료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각종 세금을 삭감해 국민들 달래기에 나섰다. 카보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국왕이 41년째 통치하고 있는 오만에서도 시민들이 정부 부패와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최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전 부총리 안와르 이브라힘은 26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튀니지에서 촉발된 사태는 만연한 빈곤과 정치적 억압이 낳은 결과로 다른 아랍권이나 무슬림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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