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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위대 카이로 도심 장악…“사망 150명 넘었다”

등록 2011-01-30 20:51수정 2011-01-31 08:51

무바라크, 새 부통령 임명 등 유화책 ‘무용지물’
경찰 발포…군 전투기·헬기 낮게 선회 ‘긴장감’
‘시민 자경단’ 인간띠 만들어 박물관 약탈 막아
[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

호스니 무바라크(83)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에 맞선 이집트 시민들은 더이상 폭압적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금요예배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28일(현지시각)과 이슬람권의 안식일인 29일,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선 시위대와 진압군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시위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중동에서 한주가 시작되는 일요일인 30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통금을 무시한 채 수도 카이로 등 주요도시의 도심으로 몰려나왔고, 많은 기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인터넷 접속도 여전히 단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29일엔 카이로 남부 베니 수에프 지역에서는 경찰서를 공격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17명이 숨지는 등 시위가 시작된 25일부터 이날까지 시위 사망자가 150명을 넘어섰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중무장 무장병력은 경찰력을 대신해 주요 길목만을 차단한 채 시위엔 개입하지 않고 일부 군인들은 시위대와 어깨동무를 하고 행진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시위대와 현장배치 군병력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30일 조기 통금이 실시되는 오후 4시가 되기 직전 시위대들이 집결해 집회를 열고 있던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광장 상공에 전투기와 무장헬기를 낮게 선회시켜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계속됐다. 앞서 29일 무바라크 정권은 카이로 시내에 전차를 앞세운 군병력을 투입하고 통금시간도 오후 4시로 2시간 앞당겼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시위 발생 닷새 만인 29일 처음으로 국영 텔레비전방송 생중계로 전격적인 내각 개편과 정치 개혁을 약속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유화책은 거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대졸 청년인 무함마드 에사위(26)는 30일 <로이터> 통신에 “무바라크가 물러나야 한다. 그때까지 대중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부통령으로 임명된) 술레이만은 무바라크와 똑같은 자다. 변한 게 없다”며 무바라크 세력의 완전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약탈이 기승을 부리고 교도소가 습격을 받는 등 치안 공백에 따른 혼란도 심각해지고 있다. 30일 새벽 카이로 등 최소 4곳의 교도소에서 무장 괴한들의 습격이 잇따라, 무슬림형제단 34명을 비롯해 수감자 수천명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습격과 민간 약탈의 배후에서 사복경찰들이 군의 강경진압을 불러올 수 있는 사태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카이로 국립박물관에선 2구의 미라를 포함해 유물 상당수가 도난당했고, 쇼핑몰과 은행, 관공서도 공격을 받았다. 시민들은 무장 자경단을 조직해 순찰을 강화하고 박물관 정문 앞에 인간띠를 만들어 약탈을 막았다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지금의 시위를 구체적인 민주화 이행으로 이끌 구심점은 불분명하다.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한 성직자는 “중동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새벽이 동트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만의 힘으로 이집트를 이끌 수는 없으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새벽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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