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셰드 간누시
야 지도자 간누시 귀국
“호메이니·빈라덴과 달라”
중도·실용노선 강조해
“호메이니·빈라덴과 달라”
중도·실용노선 강조해
튀니지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다당의 지도자 라셰드 간누시(70·사진)가 23년 망명 생활을 끝내고 30일 귀국했다.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정권의 박해로 정치 활동이 막혔던 튀니지 이슬람주의가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 정치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간누시가 수도 튀니스의 공항에 도착한 30일 지지자 수천명이 올리브나무 가지와 꽃, 코란 복사본을 들고 나와 그를 환영했다. 간누시는 지지자들을 향해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간누시뿐 아니라 망명 생활을 하던 엔나흐다당 관계자 70여명이 최근 귀국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간누시는 “튀니지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필요하고 모든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국가적 통합 정부가 필요하다”며 엔나흐다당의 정치 활동 재개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자신이 새로 치러질 대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며 내각 각료직을 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튀니지가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하비브 부르기바 초대 대통령은 이슬람주의를 배척하면서 서구 지향적인 국가로 튀니지를 이끌었다. 이슬람주의 정당에 대한 박해는 벤알리 전 대통령이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완화되는 듯했으나 이후 대규모 박해로 바뀌어, 간누시는 1988년 튀니지를 떠나 영국 등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벤알리 정권이 무너진 지금의 튀니지에서도 엔나흐다당의 정치활동은 불법이지만, 과도정부는 이슬람주의 정당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간누시는 자신을 과격 이슬람주의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부정했다. “일부 서구 언론이 나를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호메이니처럼 묘사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 간누시는 자신은 “호메이니나 오사마 빈라덴이 아니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가깝다”고 말했다. 에르도간 총리의 터키 정의개발당은 이슬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터키의 세속주의 전통을 존중하는 실용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간누시는 자신은 종교의 자유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도 밝혔다.
튀니지 사람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자신을 나즈와라고 밝힌 여성은 <에이피> 통신에 “간누시에 관한 소문 모두가 거짓이다. 그는 중도적 이슬람주의자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사인 아멘날라 다르위시는 “간누시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가올 선거 때 혼란과 불안정을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벤알리 정권이 박해하기 전에 가장 강력한 야권 세력이었던 이슬람주의 정당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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