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0만인 행진…긴장 고조
호스니 무바라크(83) 정권 퇴진 시위가 31일(현지시각)로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집트 반정부 세력들이 거국정부 구성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뚜렷한 구심점 없이 거리시위를 계속해온 시민 봉기가 ‘야권 연대’를 통한 정치적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쪽은 30일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무바라크의 집권 민족민주당을 뺀 거국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권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젊은 시위대 지도자들과 윗세대 야권세력이 공동위원회를 통한 연대전선 형성을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도 확인했다. 엘바라데이는 가택연금 사흘 만인 이날 시위 현장에 나와 이집트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무바라크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벼랑 끝에 몰린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지난 29일 해산한 내각의 새 진용을 공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번 개각에 대해 “경찰 강경진압의 책임자인 하비브 알아들리 내무장관 등 일부를 해임했지만 기존 내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에이피>(AP) 통신도 “시민들은 여전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한다”며 “새 내각이 거리에 넘치는 수만명의 시위대를 만족시키긴 힘들 듯하다”고 전망했다.
시위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태세다. 30일 밤 1000여명의 시민들이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캠프를 차리고 무바라크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벌이기로 선언한 데 이어 31일로 접어들며 인파는 5만여명으로 늘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캠프에는 “군은 이집트와 무바라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쓰인 펼침막이 내걸렸다.
시위대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자고 촉구한 데 이어, 1일에는 대통령 집무실까지 ‘100만 시민 항의행진’을 벌이겠다며 무바라크 정권의 완전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30일, 사흘 전 카이로 시내에서 철수했던 경찰 병력을 “질서 회복”을 위해 다시 투입하고, 통금 시간도 오후 3시로 한 시간 더 앞당겼다.
정부와 시위대의 극한 대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들의 ‘출애굽’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터키, 이라크, 캐나다, 일본 등이 이미 자국민 철수를 위한 전세기 투입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