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엘바라데이에 거국정부 협상권…야권 ‘연대’ 시동

등록 2011-01-31 20:52수정 2011-02-01 08:25

이집트 주요 정치세력 관계도
이집트 주요 정치세력 관계도
[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 손잡는 민주화 세력
느슨한 야권, 엘바라데이 중심 결집
‘과격 이미지’ 무슬림형제단 적극 동참
시위주도 4·6청년운동 주요세력으로
30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뒤흔드는 시위에 야권세력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이 실제 어떤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제각각 활동해오던 야권세력이 30일(현지시각)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거국정부 협상 권한을 위임한 것은 느슨하게나마 이집트 민주화 세력의 연대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서구 등 국제사회에서 ‘과격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무슬림형제단이 엘바라데이와 결합한 점이 주목된다. 무슬림형제단은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국외에서 오랫동안 살아 ‘해외 명망가’라고만 불렸던 엘바라데이로선 이집트 국내세력의 지지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노벨평화상(2005년)까지 받았던 엘바라데이는 취약한 국내 지지기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위대 사이의 극한대결을 중재하고 민주화 이행 프로그램을 협상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30일 저녁 카이로 거리에 나온 엘바라데이는 “우리는 올바른 길에 있으며, 우리의 힘은 우리의 수에서 나온다”며 “인내해달라, 변화가 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폭력사태나 유혈충돌을 경계하고 국민적 참여와 단합을 호소한 것이다.

엘바라데이를 전면에 내세운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슬람 공동체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1954년 당시 자유장교단 혁명을 이끌었던 가말 압델 나세르(이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정당 자격을 박탈당한 이래 역대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아왔다. 2005년 총선에선 후보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는 방법으로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할 만큼 세력을 키웠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웹사이트에 자신들의 결성 목적을 “외세로부터 무슬림 영토의 독립과 이슬람식 사회경제 공동체(움마)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구는 이들을 ‘과격한 이슬람원리주의 단체’로 덧칠해왔고, 이슬람 무장저항 세력은 이들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비판하는 등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올터먼 중동센터장이 31일 <워싱턴 포스트>에 “무슬림형제단은 수년 동안 ‘전략적 인내’를 실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듯, 적어도 최근 몇년 새 이들은 폭력을 극도로 자제하고 합법적 활동을 추구해왔다. 이 조직의 주요 지도자 중 하나인 모함메드 엘 벨타기는 <뉴욕 타임스>에 “이집트에서 리더십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의 성향을 두고 깊은 분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를 내세운 것도 이와 같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이행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다. 이집트는 오는 9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총선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파티 수루르 이집트 국회의장은 30일 지난해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총선과 관련해 “(야권의 선거부정 주장을) 대법원이 현재 조사중”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로잡아질 것’”이라고 말해, 이집트 선거공간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을 높였다.

무슬림형제단 이외에도 지난해 엘바라데이를 추대한 지식인계층 중심의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 제도권 합법정당인 와프드당과 알가드당, 그리고 불법단체로 지목돼 있지만 이번 시위를 거리에서 이끌고 있는 4·6 청년운동 등이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열어갈 야권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주목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