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상징적 장소…시민들 캠프 차리고 장기전 채비
31일 아침(현지시각)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한가운데에는 최소 1000여명의 시위대가 버티고 있었다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이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광장에는 밤을 새운 시위대가 지펴놓은 불꽃에서 나오는 연기 냄새가 났다. 시위대 일부는 “이집트인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퇴진을 원한다”고 외쳤다.
이집트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5일 이후 카이로의 대표적인 광장 타흐리르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25일에만 타흐리르 광장에 1만5000명이 모였고, 시위 일주일째를 맞은 31일에는 5만여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이집트 현대사의 사연이 많이 녹아 있는 곳이다. 광장은 1800년대 후반 이집트 왕이었던 이스마일이 카이로를 프랑스 파리 식으로 개조하면서 만들었다. 당시 이름은 이스마일리아 광장이었다. 1952년 군사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시작한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 광장의 이름을 ‘해방’이라는 뜻의 타흐리르로 바꿨다. 타흐리르 광장은 2003년 이라크전쟁 때도 시위가 일어났던 중요 장소였다.
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일부 또는 전부 중지시켜 시위대 연락을 막았지만, 그럴수록 광장의 중요성이 커졌다. 시위대들이 타흐리르 광장이 집결 장소라고 여기고 계속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28일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고되자 대테러 특수부대를 타흐리르 광장에 배치했다.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 캠프를 차리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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