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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80년 광주’ 닮은 이집트 시민들

등록 2011-02-01 19:16수정 2011-02-01 21:42

질서유지 자경단…헌혈행렬
인간띠로 유물약탈 막기도
혼란과 약탈. 이집트 시위에선 이런 보도가 빠지지 않고 있지만, 자경단을 꾸리고 자원봉사를 하는 이집트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무질서는 현 정권에 득이 될 뿐이라며, 시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들의 혁명을 지키고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마즈드 마르디니는 하루 2시간씩만 자며 시민들이 꾸린 인민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처음 시위가 시작된 지난 25일(현지시각), 구급차가 시위대 때문에 제대로 지나다니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구급차가 갈 수 있도록 몇 걸음씩 비켜서 달라고 요청하고 다녔고, 그것이 소박한 운동의 시작이었다. 마르디니는 31일 <뉴욕 타임스>에 “우리는 지도자가 없지만, 이집트는 우리나라다. 우리 모두는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칼리드 투피크는 “우리는 세계에 정부나 경찰 없이도 우리나라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의 자원봉사자들은 교통, 청소, 치안, 비상사태 네 영역으로 나눠서 일을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임을 나타내기 위해 인민위원회라고 쓴 배지를 달거나 팔에 띠를 찼다. 시민들은 이 표시를 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도 한다.

수도 카이로에선 헌혈이 이어졌다. 30일 카이로 최대 병원인 카이로대학병원에는 헌혈 대기자 1000여명이 줄서 있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전했다. 시위 도중 다친 사람들 치료를 위해 피가 필요하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칼릴 레파이우미는 헌혈대에 누워 “이건 이집트를 위한 피”라고 말했다. 병원 부원장 제하드 엘아타는 “(헌혈에 참여한 이들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진짜 이집트인들”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시민 3000여명은 ‘분노의 금요일’로 명명된 28일 시위 때 이집트박물관의 일부 유물이 약탈당하자 “유물들은 우리 모두의 재산”이라며 인간띠를 만들어 박물관을 지켰다. 자히 하와스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은 “몽둥이로만 겨우 무장한 채 박물관을 지켜준 젊은이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카이로 시위에 참여했던 이집트 작가 만수라 에드엘딘은 31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상인들이 시위대에게 생수를 건네주고 시민들은 먹을 것을 나눠줬다. 아이와 여성들은 발코니에서 시위대를 응원했다. 고급 승용차를 탄 여성도 시위대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1980년 광주에서 그랬듯이, 그렇게 이집트 혁명의 혼란 속에서도 나눔과 공동체의식은 싹트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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