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여성들도 어깨 맞대
“무바라크 퇴진” 한목소리
“무바라크 퇴진” 한목소리
이집트인 수십만명이 1일(현지시각) 수도 카이로의 중심인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우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교사, 농부, 대학생,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과 노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 최소 25만명이 이날 서로 어깨를 맞댄 채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들어 “떠나라 무바라크”를 한목소리로 외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도 수십만명, 수에즈 2만명 이상 등 최소 주요 도시 5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30년째 집권중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25일 시작된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이날 시위로 커다란 분수령을 맞았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운명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특히 이날 시위는 전날인 31일 이집트군이 시위대에 발포하거나 무력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최대 규모의 시위로 이어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31일 개각안을 내놓으며 이집트 국민을 달래려 했으나, 시위대는 무바라크 완전 퇴진을 요구하며 거부했다. 시위대는 31일에 ‘100만인 시위 행진’을 선언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시위로 민주화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열망이 분명히 확인되고, 군마저 무바라크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집트군은 이날 시위의 중심장소로 떠오른 타흐리르 광장에 탱크와 헬리콥터를 배치하고 검문소를 설치했으나 가방 검사 등 간단한 검문만을 했을뿐 시위대를 타흐리르 광장에 그대로 들여보냈다.
8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로 인해 숨진 사람들이 300명이 넘는다는 보고도 나왔다.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1일 “미확인 보고에 따르면 (이집트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지금까지 약 300명이 사망했고 3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수백명이 체포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집트 정부가 밝힌 사망자 102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필라이 인권고등판무관은 “온 세계가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시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시위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일 이집트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단계 낮췄다. 앞서 31일 무디스는 이집트에 대한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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