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이집트보다 미국선택 더 중요”
WSJ “중동역사 획긋는 네번째 사건” 평가
NYT 칼럼 “따져보면 9·11도 무바라크 탓”
WSJ “중동역사 획긋는 네번째 사건” 평가
NYT 칼럼 “따져보면 9·11도 무바라크 탓”
외신들의 시각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중동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 아랍 정책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칼럼니스트 제럴드 세이브의 ‘지금은 여명:중동 역사의 새로운 시대’ 라는 글을 통해 이번 시위는 중동 역사의 획을 긋는 네번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첫번째 사건은 1952년 가말 압델 낫세르에 의한 이집트 혁명으로, 아랍 세습 전제왕조를 청년장교 중심의 군사위원회로 대체하면서 아랍 민족주의 시대를 열었다. 두번째 사건은 아랍세계에 치욕을 안겨준 1967년 이스라엘과의 1차 중동전쟁으로, 아랍 민족주의의 좌절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979년 세번째 사건인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일어났다. 중동 역사의 획을 긋는 네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이집트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운 이란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친서방적인 민주국가로 갈 것인가다.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이슬람권 정치전략 분석 책임자를 지냈던 에이밀 나클레는 이집트가 아니라 미국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리자 팔레비 국왕 치하 이란이 미국의 중동 일대 전략적 이해관계의 핵심 축이었던 것처럼,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집트도 미국이 추구하는 아랍권 안정의 핵심이자 아랍-이스라엘 평화협상의 무게중심, 반테러전략의 확고한 동맹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란 혁명과 마찬가지로 무바라크를 거부하는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는 미국 대 중동정책 실패의 뚜렷한 신호라고 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나클레는 이란과 달리 이집트에서는 절망적인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이 민주화를 인정하고 현명하게 손을 내밀 경우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도댓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30일 ‘우리가 알고 있는 악마’라는 칼럼을 통해 지난 30년간 무바라크의 독재가 계속되지 않았다면 9.11테러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높이 드리운 타워(Looming Tower): 알카에다와 9·11로 가는 길>의 저자 로런스 라이트의 말을 인용해 “9.11 테러의 비극은 이집트의 감옥에서 잉태됐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무바라크 정권의 고문과 추방, 투옥은 이집트 내에서 이슬람 혁명의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이집트의 이슬람주의자들을 과격 혁명의 극단주의로 내몰았으며, 이들은 이집트의 정치를 벗어나 전세계를 상대로 성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오사마 빈 라덴의 오른팔이자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이집트 출신이며, 9.11 테러 당시 아메리칸 항공의 민항기를 조종해 뉴욕 쌍둥이 빌딩에 충돌한 주범인 무함마드 아타가 이집트 출신 대학생인 것은 그걸 보여준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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