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등 주요 언론 보도
“스위스·영국 은행서 관리”
“스위스·영국 은행서 관리”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점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은닉재산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땐 말 그대로 감춰져 있다. 그걸 가능케 한 체제가 붕괴 상황에 이르면 그 탐욕의 치부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에이비시>(abc) 등 주요 언론들은 무바라크와 부인, 그의 아들 가말 등 무바라크 일족의 재산이 적게는 400억달러에서 700억달러(7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디언>은 4일 영국 더햄대에서 중동정치를 전공하는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 등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무바라크 일가가 30년 간의 집권기간과 군 고위직에 있으면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협상에 관여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영국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예금하거나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의 호텔과 부동산, 홍해 연안의 휴양지 등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쌓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슨 교수는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이 새 기업을 설립할 때 외국 투자자들에게 51%의 지분을 국내기업에 주도록 요구하는 데 견줘 이집트는 20%로 낮은 수준이지만, 그런 만큼 정치인이나 군부의 가까운 유력인사들에게 이권을 보장하고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카바르>는 무바라크가 뉴욕 맨해튼과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스 로데오거리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 자산을 스위스의 유비에스(UBS)은행과 스코틀랜드 은행, 영국의 로이드금융그룹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프린스턴대 정치학과의 아마네이 자말 교수는 <에이비시>에 “400억~700억 달러에 달하는 무바라크 일족의 재산은 다른 아랍 왕조국가 지도자들의 재산 규모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자말은 “재산 빼돌리기로 인해 권력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들의 재산을 환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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