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퇴진 먼저” 독자 목청…미·야권 협상과 거리
[민주화 진통 겪는 이집트]
이집트 시위 초기 서방 언론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이후 유력한 지도자로 주목했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6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 등과의 회견에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야권 세력과 개헌에 합의한 것은 자신과 무관하며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 이전에는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야권의 협상 테이블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대리인을 보냈다. 그는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을 면담한 프랭크 와이즈너 미 이집트 특사가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이양 중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집트에서 큰 혼돈과 실망을 불러일으켰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와이즈너 발언을 부인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6일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은 이집트의 민주화 이행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해 와이즈너의 발언을 공식화해버렸다. 무바라크의 퇴진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엘바라데이의 입장은 시위주도 세력인 청년단체들이나 무슬림형제단 등과 일치한다. 미국과도 일정부분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구체적 각론에선 엘바라데이도 타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군부 인사가 참여하는 3인의 대통령위원회에 권력을 이양하면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날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다만 “정치적 책임을 지고 권력을 이양한 뒤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다. 무슬림형제단 등과 거리를 두면서도 시위대의 목소리를 반영해 합리적 대안 제시로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이집트-이스라엘 간 중동평화조약은 “바위처럼 단단하다”면서 “이집트는 앞으로 계속 평화조약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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