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적대정권 우려 무바라크 즉각사퇴 반대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무너질땐 ‘악몽’
‘형제단’선 “협정 준수…서구에 좋은 감정”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무너질땐 ‘악몽’
‘형제단’선 “협정 준수…서구에 좋은 감정”
민주화 진통 겪는 이집트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야권 세력의 6일(현지시각) 대화에 무슬림형제단이 참여한 것은, 이집트의 향후 정치 지형에 어떤 형태로든 무슬림형제단이 주요 세력으로 등장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무슬림형제단은 이제 전세계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고 표현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슬람주의 단체이자 1950년대 이후 정치활동이 금지됐던 이 조직의 부상에 서구 세계는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 거부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형제단이 반미적인 정부를 만들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들은 이집트의 한 분파일 뿐이다. 그들은 이집트에 대중적 기반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그들은 잘 조직돼 있고 반미적인 이데올로기 색채를 갖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대선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임기는 올해로 끝난다”고 말해 사실상 대선 때까지 현직에 머물겠다는 무바라크의 입장을 지지했다. 미국의 이집트 특사인 프랭크 와이즈너가 비슷한 발언을 했을 때 ‘개인적 입장일 뿐’이라며 진화했던 것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중동평화특사를 맡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좀더 솔직했다. 블레어는 “무바라크 정권이 중동 지역 평화에 제공해온 안정성을 국제사회가 부인할 순 없다”며, 즉각적인 선거가 무슬림형제단에 권력을 안겨 이집트를 종교적 극단주의로 밀어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구는 30년 중동정책의 기둥이었던 무바라크가 사라진 이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상 체제가 금이 가거나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이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을 ‘악몽’으로 여기고 있다. 그 악몽의 중심에 무슬림형제단이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1950년대부터 정치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2005년 무소속으로 출마시킨 후보 88명(전체의석의 20%)을 당선시킨 저력이 있고, 2010년 6000명의 활동가들이 끌려가는 대규모 탄압 속에서도 60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청렴한 이미지와 병원, 보육원 등의 자선활동을 통해 대중 속에 뿌리박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무슬림형제단 고위평의회의 칼릴 엘가자르는 <에이비시>(ABC) 뉴스의 크리스티안 아만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은 이집트 국민의 가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킬 것이고 우리는 서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며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전 서구에 퍼져 있다. 그 점이 우리는 놀랍다”고 말했다. 조직 합법화, 종교단체의 정치참여를 금하는 헌법 개정 등 실제 이들이 현실 정치세력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난관이 많음에도, 서구의 공포심은 커져가고 있다. 여기엔 무바라크 정권이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이 조직의 극단주의적 성향을 과장해왔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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