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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바라크 홍보앵커도 시위 동참

등록 2011-02-09 19:23수정 2011-02-10 08:18

샤히라 아민
샤히라 아민
‘나일 TV’ 샤히라 아민
샤히라 아민(51·사진)은 이집트 국영 <나일 텔레비전> 스타 앵커였다. 대통령궁 출입기자이기도 했던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도 가까웠다. 무바라크가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날 때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회담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독재자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할 수밖에 없던 그의 삶을 바꾼 건 타흐리르 광장이었다.

그는 지난 2일 방송사로 가던 중 광장에 모여 있는 수만명의 함성을 듣고선 차를 멈췄다. 그러고선 뭔가에 이끌려 광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전율을 느낀 그는 순간 전화기를 꺼내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정권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있겠습니다.” 그렇게 명성과 돈, 안정된 직장을 포기했다.

그는 하루 전 부끄러운 기억을 주간 <타임>에 털어놨다. 그는 상사로부터 친무바라크 집회에 초점을 맞춘 원고를 건네받아 시청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해야만 했다. 30년 독재정권의 입 노릇을 해온 국영방송 중 하나인 <나일 텔레비전>은 ‘코샤리 혁명’ 소식을 전하면서 왜곡보도를 일삼았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왔던 “무바라크 퇴진” 외침은 한번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시위대는 늘 폭도, 약탈자, 외부 세력과 연계돼 이집트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무리로 묘사됐다. 아민은 8일 <블룸버그뉴스>에 올린 글에서 “나는 더이상 정권의 선전도구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에 따라 방송국을 떠났다”고 적었다.

정장을 벗고 청바지로 갈아입은 그는 매일 타흐리르 광장에 나간다.

또다른 국영방송인 <나일 뉴스>에서 5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 소하 엘나카시도 정권의 대변자에서 이제 반무바라크 전선에 섰다. 그는 반정부 시위 이틀째인 지난달 26일 상사한테서 ‘카이로가 조용해졌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원고를 받아 그대로 보도했다.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그는 이날 밤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언론 자유의 전도사로 나섰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알아흐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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