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 수십만명 다시 시위…11일 최대집회 예고
술레이만은 “야권 협상거부땐 쿠데타 우려” 경고
술레이만은 “야권 협상거부땐 쿠데타 우려” 경고
이집트 정부의 잇따른 타협책에도 불구하고 8일(현지시각) 수십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에 이어 9일에도 수만명의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민주화 세력은 휴일이자 금요예배가 예정된 11일을 무바라크 즉각퇴진 요구에 최대한 힘을 결집할 태세이며,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야권 세력이 정부와의 협상을 거부한다면 쿠데타가 발생해 극도의 혼란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슬림형제단은 8일 이에 맞서 1주일의 시한 안에 무바라크가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8일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십만명이 운집해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으며, <에이피>(AP) 통신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25만명가량이 모였던 지난 4일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9일에도 수만명이 참여하면서, 지난 6일 개헌위원회 구성 등 정부와 야권의 대화와 부정부패 조사 등 정부의 유화조처로 식는 듯하던 시위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8일 시위대 중 수천명은 지난달 25일 민주화 요구 시위 이래 처음으로 의사당 앞까지 진출해 무바라크 퇴진과 함께 민주세력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부정선거로 구성된 의회의 즉각 해산”을 요구했다. 지방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에서도 각각 수만, 수천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아에프페>(AFP) 통신은 9일 보안군의 한 관리가 이틀 동안 최소 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다 12일 동안 구금됐던 구글 임원 와엘 고님이 시위 열기를 다시 살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분석했다. 고님은 광장에 나와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바라크 퇴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술레이만 부통령은 8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개헌위원회 구성을 승인했다며 시위를 중단하고 귀가할 것을 호소하는 한편, 신문사 편집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상황을 장기간 용인할 수 없으며,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쿠데타라는 말이 군의 시위대 진압 내지 군의 분열 등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되자 “군대의 쿠데타가 아니라 통치 준비가 안 된 세력이 집권할 경우의 혼란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술레이만은 또 독일 정치권에서 건강검진을 명목으로 무바라크가 독일 내 병원으로 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건강한 상태에 있으며 이집트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집트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반해 무슬림형제단 간부 에삼 엘에리안은 이날 <가디언>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1주일을 주겠다”고 퇴진 시한을 제시하며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타흐리르 광장 상황을 주도하는 ‘4월6일 청년운동’ 등은 11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이날이 또다른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법의 즉각 폐지를 비롯한 추가 유화책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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