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생필품 보조금 지급하자 외국인 투자금 회수
선심성 대책 효과 미지수…“몇년안 재정 쥐어짤것”
선심성 대책 효과 미지수…“몇년안 재정 쥐어짤것”
반정부 시위에 놀란 아랍 지도자들이 보조금 같은 선심성 혜택으로 국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에이피>(AP) 통신이 9일 보도했다.
13년째 집권중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최근 쌀과 설탕, 석유 같은 생필품에 5억5500만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책정했다. 이집트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반정부 시위가 일자 총리를 경질하는 동시에 취한 조처다.
그러나 요르단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이미 20억달러에 이른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이지만 석유가 나지 않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3740달러(2009년 기준) 정도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광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외국인 투자가들은 요르단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8일 요르단 국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단계 낮췄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60달러(2009년 기준)로 아라비아 반도 최빈국인 예멘도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군인의 월급을 25% 올려주기 위해 4억1500만달러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22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튀니지 ‘재스민 혁명’에 자극받은 국민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일단 공무원과 군인들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예멘 정부는 또 일자리가 없는 대졸자들을 위해 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시리아도 빈곤층에 보조금 2억5500만달러를 현금으로 나눠줄 예정이다.
이런 조처들이 약발이 먹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2년 동안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약속했으나 쫓겨났고, 이집트 정부는 공무원 급여 15% 인상과 시위 피해 상인들을 위한 보상금 50억달러 책정을 발표했지만 반정부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에 대한 염증과 지도층의 부패에 대해 국민들이 총체적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사이드 히르쉬는 “보조금은 (아랍 지도자들의) 정치적 단기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결국 몇 년 내에 이들 국가들의 재정을 쥐어짜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랍) 지역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경제개혁 프로그램과 투자를 위해 쓰이는 돈은 줄게 될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랍 국가 중에서도 가난한 나라들인 이들 나라 국민들에겐 당장의 생존이 절박하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쓰레기를 수집해서 생계를 잇는 마흐무드 아부쉴바예는 “굶고 있는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느냐가 당장 관심사다”며 “(정부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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