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평화적 권력 이양 보증”…시위대에 해산 촉구
카이로광장 최대규모 시위…군-시위대 갈등 조짐
카이로광장 최대규모 시위…군-시위대 갈등 조짐
반정부 시위 18일째를 맞고 있는 11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정국의 키를 쥔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83) 대통령이 내놓은 점진적 권력이양 방안을 지지하면서, 국면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운 이날, 무바라크와 가족들이 카이로를 떠났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무바라크의 ‘충복’이던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 등 20여명의 군 수뇌부로 꾸려진 군최고회의는 이날 ‘코뮈니케 2’란 성명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군최고회의는 또 “개헌을 토대로 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군부가 이를 보증한다며, 반정부 시위대에 “일터와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이는 전날 무바라크가 대국민 연설에서 밝힌 ‘해법’을 사실상 지지한 것으로, <에이피>(AP) 통신은 “이집트군이 무바라크에 힘을 실어줬다”고 풀이했다.
앞서 무바라크는 전날 밤 긴급 텔레비전 연설에서 “오는 9월 자유로운 선거를 거쳐 선출될 새 대통령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이집트 안팎에서 나오던 하야 관측을 뒤엎은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일선 후퇴’와 대통령 출마 자격 완화 등의 헌법 개정, 긴급조치법 폐지란 양보안을 내놨지만, 민심은 당장 그의 퇴진을 바랐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집트를 ‘침몰하는 타이태닉호’로 빗댄 뒤, “거리의 반정부 시위자들은 술레이만이 무바라크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퇴진을 거부한 무바라크를 압박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지지를 받던 군부의 공개적인 무바라크 지지는 상황을 한층 꼬이게 하고 있다. 이날 정오 광장에서 금요예배를 끝낸 시위대들은 거듭 ‘무바라크는 물러나라’고 외쳤고, 일부는 군인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한편 <알아라비야> 방송 등은 무바라크가 가족과 함께 카이로에 있는 대통령궁을 떠나, 홍해 연안 세계적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평화의 도시)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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