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개혁파 성직자인 메디 카루비(사진) 전 국회의장
개혁파 성직자 ‘카루비’ 14일 시위계획 했으나 무산
이란의 개혁파 성직자인 메디 카루비(사진) 전 국회의장이 이집트 반정부 세력과의 연대 시위를 벌이려다 가택연금을 당했다.
카루비 전 의장의 누리집(홈페이지)을 보면, 그의 아들 중 한 명이 10일 아버지 집을 방문하려 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카루비 전 의장 집에는 부인을 제외한 어떤 이들의 출입도 금지된 상태라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카루비 전 의장의 아들은 경찰에게 14일까지 아버지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카루비 전 의장이 가택연금을 당한 이유는 2009년 야권 대선 후보였던 미르호세인 무사비와 함께 14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카루비와 무사비는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에 연대하는 시위를 이란에서 열겠다며, 정부에 허가를 요청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성립한 이란 정부가 이집트에 연대의식을 갖고 있다면 시위를 허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란 정부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우호적이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은 이슬람적 각성”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2009년 대통령 선거 부정선거 논란 이후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이집트 연대 시위를 계기로 다시 일어날 것을 염려해, 우회적 방법으로 연대 시위를 금지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9일 “이집트와 연대의식을 보이고 싶은 이란인은 11일 이란 이슬람혁명 공식 기념행사에 참석하라”며 “다른 날 열겠다는 행사는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중 한 명인 호세인 하메다니는 “우리는 폭동 선동자들의 어떤 움직임에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통신 <이르나>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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