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철권통치’ 무바라크 ‘하야’
술레이만 “모든 통치권 군사최고회의에 넘긴다”
민주화 시위 18일만에 승리…미국 중동정책 격변 예고
술레이만 “모든 통치권 군사최고회의에 넘긴다”
민주화 시위 18일만에 승리…미국 중동정책 격변 예고
“우리가 승리했다. 이집트가 승리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이 이집트 국기와 환호로 뒤덮였다.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83) 이집트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굴복해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로 확산된 지 18일 만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11일 저녁(현지시각)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날 사임하고 이집트 군이 통치권을 가지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일과 11일 이집트 정국은 시시각각 뒤바뀌었다. 10일 밤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무바라크는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한다고 밝히면서도 즉각 퇴진을 거부했다. 성난 이집트인 수백만명이 11일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에서 시위에 나선 가운데 이집트 군부는 ‘무바라크가 내놓은 점진적 개혁안을 지지한다’는 코뮈니케 2를 발표했다. 이후 무바라크 일가가 홍해 휴양도시인 샤름 엘셰이크로 떠났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리고 이집트 운명의 시각인 오후 6시.
술레이만 부통령의 짤막한 성명으로 이집트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으로서 권력을 승계해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왔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침내 이집트인들의 힘으로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무바라크 정권이 미국의 30년 중동정책을 떠받치는 기둥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동질서 및 세계질서는 격변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집트 시위는 보안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이집트 전국에서 최소 300명에서 최대 900명까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18일 동안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달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시작된 아랍세계의 ‘정치적 각성’은 이웃나라로 번지기 시작해 마침내 아랍 최대의 인구 국가이자 아랍세계의 맹주인 이집트의 권력마저 바꿔버렸다.
앞으로 이집트의 개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952년 나세르 혁명 이후 전면에 나서 정국을 주도하게 된 이집트 군부가 어느 정도 시위대와 야권세력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야권세력이 새로운 정치공간에서 얼마나 결집할지에 따라 개혁 수위는 결정될 전망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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