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변화 위한 국민연합’ 밝혀
총리 “무바라크 홍해에”
제3국 망명 가능성 관측
총리 “무바라크 홍해에”
제3국 망명 가능성 관측
1952년 청년 자유 장교단을 이끈 가말 압델 나세르에 의한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파루크 왕은 모나코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희극적이며 비극적인 삶을 마쳤다. 이집트의 마지막 왕으로 온갖 부귀를 누리던 그는 음식에 탐닉하다 65년 로마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다 쓰러졌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과식이 사망원인이었는데 45살의 나이였다.
호스니 무바라크(사진)도 신병치료를 명분으로 담낭 제거수술을 받았던 독일의 병원으로 가 제3국으로의 망명 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가 국내에 머물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민주 인사에 대한 인권 탄압과 부정부패 등 진상조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런 죄악들이 밝혀질 경우 재산은 물론이고 신변마저도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하야 발표 이후 시위대들 사이에서는 그를 부패 혐의로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주 이브라힘 유스리 전 외무장관과 변호사 20인은 검찰총장에게 무바라크와 그 일가를 국가재산 유용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을 청원했다. 이집트의 ‘변화를 위한 국민연합’(NAC)도 “무바라크 일가뿐 아니라 장관 가족들의 모든 재산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무바라크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만, 부정부패 혐의로 전 각료 5명에 대해선 자산 동결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상태다.
이미 11일 스위스 당국은 스위스 은행 내 무바라크 일가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재무부도 이집트가 공식 요청을 하면 그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각)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30억파운드(약 5조4000억원)로 추정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홍해의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 공항에서 멀지 않은 해안가 최고급 시설인 ‘마리팀 졸리 빌 골프 앤드 리조트’로 가는 길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는 13일 무바라크 퇴진 뒤 첫 기자회견에서 무바라크가 여전히 홍해의 휴양지에 있다고 밝혔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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