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때 예루살렘 양보’ 불만에 시위 확산 우려
AP “이스라엘 더 큰 타격”…바레인·이란서도 첫 시위
AP “이스라엘 더 큰 타격”…바레인·이란서도 첫 시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축출로 지난 30년간 이스라엘과의 사이에서 준수돼온 평화협정 등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세력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분쟁의 중심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내각 해산으로 상황 대응에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살람 파이야드 총리 내각이 14일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수반은 파이야드 총리에게 새 내각 구성을 요청했다고 자치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시위가 예고되자 수반 선거와 총선을 오는 9월 안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선거는 여당인 파타당과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내각 사퇴와 선거 실시는 <알자지라> 방송의 최근 폭로로 궁지에 몰린 자치정부가 이집트 시민혁명을 맞아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내놓은 카드다. <알자지라>는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중동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에 예루살렘의 대부분을 양보하고, 하마스를 견제하려고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협력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팔레스타인의 상대방인 이스라엘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봉쇄에 협력해온 무바라크 정권이 사라져, 이스라엘·이집트와 경계를 맞댄 가자지구의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집트 군부가 평화협정 준수를 약속했지만, 선거를 거치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양국 평화협정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무함마드 후세인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과 12일 전화 통화를 하며 “우리 둘 다 참전한 중동전쟁 같은 상황을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친서구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무바라크의 몰락은 중재자의 상실이며, 이스라엘은 타격이 더 크다”며 “중동 평화협상은 당분간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왕정국가인 바레인에서도 14일 처음으로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세계의 시위 도미노 와중에 걸프만(페르시아만) 국가에서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수도 마나마 주변에서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바레인은 작은 나라이지만 중동 일대를 관할하는 미국 해군의 5함대 사령부가 위치해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도 이집트의 변화에 동조하는 수천명이 “독재자(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란 경찰은 시위대에는 최루탄을 쏘고 야당 인사의 집회 참가를 막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예멘에서도 나흘째 시위가 이어졌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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