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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인 맘속엔 ‘미국에 휘둘리지 않는’ 무사 있다

등록 2011-02-14 20:33수정 2011-02-14 20:59

유력 야권세력 후보들 (※클릭하면 확대)
광장 시민들 “중동 주도권 되찾길 원해”
‘원칙주의자’ 이미지 무사 압도적인 지지
‘친미’ 제와일·엘바라데이 별로 인기없어
[김규원 기자의 이집트 통신]

호스니 무바라크가 사라진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선 13일(현지시각) 삼삼오오 모여 즉석 정치토론을 벌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게 차기 지도자에 대한 품평이다. 수백명의 죽음이라는 희생과 18일간의 투쟁으로 시민혁명을 이뤄낸 이집트인들이 바라는 차기 지도자는 어떤 사람일까?

광장의 시민들과 인터뷰하며, 무바라크 ‘친미 정권’에 대한 반감과 여기서 기인한 반미 성향은 대선의 선택 기준으로 적잖이 작용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군부가 얼마나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대학생 아흐마드 하산은 “민주적인 선거만 이뤄진다면 아므르 무사가 당연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외에선 이집트 야권세력이 분열돼 있고, 중심인물이 없어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일 정도로 압도적인 사람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꼽고 있었다. 우선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사는 외무장관과 아랍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줬다는 게 이집트인들의 평가다.

하산은 “그동안 이집트가 지나치게 미국과 가까이 지내 중동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무사는 터키나 이스라엘에 뺏긴 중동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학생인 무함마드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가스를 판매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썼는데, 무사는 다른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사의 경쟁자로 꼽히는 아흐마드 제와일 교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대표적 친미파로 통한다. 제와일 교수는 알렉산드리아 대학을 나와 미국에 유학을 떠난 뒤 오랫동안 미국 대학의 교수로 일해왔다. 엘바라데이도 재임 시절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겪긴 했지만 3차례나 사무총장을 연임한 데는 미국의 지원이 있었다는 게 이집트인들의 생각이다. 둘 다 노벨상 수상자임에도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신뢰도는 떨어진다. 변호사인 후셈 이스마일은 “제와일이나 엘바라데이는 국민들이 잘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무사뿐”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꾸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원칙적 태도를 가진 점은 무사의 약점으로도 통한다. 역시 무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엔지니어 아흐마드 유세프는 “이런 태도 때문에 무바라크 세력이나 미국이 그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권력의 민간 이양까지는 6개월이나 남아 있으므로 다른 후보들이나 기득권 세력이 합종연횡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60년 동안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해왔던 군부는 아직까지 독자적인 후보 옹립 가능성은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부에서 후보를 만들어낼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의 한 외교소식통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면서 정치적 경쟁자를 용인하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로는 무사가 거의 유일하다”며 “국민들 사이에 반미 성향이 상당한데, 이것은 친미파인 제와일이나 엘바라데이에게는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카이로/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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