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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경찰에 짓밟힌 펄 광장 바레인 민주화 기로에

등록 2011-02-17 19:39수정 2011-02-18 08:27

시위대 진압·6명 사망…왕정 6개국 외무장관 긴급회의
민주화 시위에 유화적 정책을 취하던 바레인 왕실과 정부가 16일 강경진압으로 돌변했다. 바레인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자, 불안을 느낀 이웃 중동 왕정국가들은 공동보조를 취하기 시작했다.

바레인 경찰은 16일 새벽 3시30분께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있던 수도 마나마 중심의 펄 광장에 예고 없이 진입해 최루가스와 고무총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몰아냈다. 바레인 외무부는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시위로 모두 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200여명은 인근 살마니야병원에 이송됐다. <시엔엔>(CNN)은 시위대 상당수가 임시천막 속에서 잠들었던 이날 새벽, 경찰차 수십대가 광장을 에워싸고 흰 헬멧을 쓴 경찰 수백명이 광장에 진입해 무차별 진압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군대가 마나마의 주요 지점들에 대한 통제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야당 의원 18명은 이에 항의해 의원직을 사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전격 진압은 개헌과 인권 개선을 바라던 시위대의 요구가 1971년 독립 이래 40년째 총리직을 맡고 있는 현 국왕의 숙부인 칼리파 빈살만 알칼리파(75) 왕자의 퇴진을 촉구하고 왕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되자 이뤄졌다. 전날 하마드 알칼리파(61) 국왕의 유화적 연설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들은 16일 사망자들의 장례식을 치른 뒤 펄 광장에 임시 천막을 치고 장기 시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걸프의 조그만 섬나라인 바레인은 다수 시아파 대신 소수 수니파가 집권하며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표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힘겨루기 대리전이 치러지는 곳이다. 바레인은 경제나 안보 면에서 사우디에 의존해 왔다.

바레인 외무부 대변인은 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 6개국 외무부 장관들이 마나마에서 17일 긴급 회동을 열어 바레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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