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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카다피, 퇴진압박에 역공-대화 ‘투트랙’

등록 2011-02-17 19:41

“미 허수아비들 몰락…타도하라” 반외세 선동
민심 경청등 유화책도…리비아 시위대 4명 숨져
“적들을 타도하라. 곳곳의 허수아비들을 타도하라.”

43년째 집권 중인 무아마르 카다피(68) 리비아 국가원수가 16일 국영 텔레비전 연설에서 또한번 특유의 선동적 표현을 구사했다. “허수아비들이 추풍낙엽이 돼 몰락하고 있다. 미국과 시오니즘(이스라엘)의 허수아비들이 무너지고 있다.”

카다피의 이런 발언은 아랍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시민혁명의 불길을 반정부에서 반외세로 틀어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회제도까지 폐지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카다피도 자신을 “알라의 적”으로까지 규정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의 분출 앞에서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해보인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16일 리비아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과의 전화 통화를 근거로, 카다피가 국민의 고충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카다피가 학생, 언론인, 법률가 등을 만나 불만 사항들을 경청했다”며 “현 정권이 유지되는 한, 카다피 본인이 깊게 관여하지 않고는 리비아에서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불법 이슬람무장단체 조직원 110여명을 이날 석방한 것도 그런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리비아에선 16일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이틀째 반정부 시위로 최대 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수도 트리폴리에선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카다피는 국제무대에서 톡톡 튀는 언행을 일삼는 ‘괴짜’로 알려져 있지만, 20세기 후반 제3세계 비동맹 운동에서 상당한 지위와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1969년 27살의 대위 신분으로 이슬람 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왕정을 무너뜨리고 ‘리비아 사회주의 인민 아랍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국가를 세웠다. 70년대 내내 이슬람권의 반미·반서방 무장투쟁을 적극 지원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로부터 “중동의 미친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미국은 1979년 트리폴리 주재 자국대사관이 이슬람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것을 빌미로 이듬해 리비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해버렸다.

그 직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경제봉쇄와 고립화 정책이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정권은 물론 나라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자 결국 태도를 바꿨다. 2003년 12월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에도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는 등 극적인 노선 전환을 한 것이다. 카다피는 이후 원유 수출과 적극적인 외자 유치로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면서 전제군주적 1인 통치도 동시에 더욱 강화해왔다. 그런 그도 이번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의 거센 파고를 비켜갈 수 없게 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리비아의 인터넷 페이스북에선 17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집트의 무바라크에 뒤질세라 철권을 휘둘러온 카다피도 이날 시위의 참여 정도와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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