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일부 합류…카다피쪽, 내전 경고
수도로 시위 확산…법무장관 사퇴
수도로 시위 확산…법무장관 사퇴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로 확산돼 60여명이 숨졌다. 시위대가 지방도시들을 장악했다는 소식도 전해져, 무아마르 카다피(69) 국가지도자가 1969년 집권한 이래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21일 군과 친 카다피 무장세력이 시위대를 공격해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군 등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현지시각)까지 트리폴리 녹색광장 등에 모인 시위대에 조준 사격을 가해 61명이 숨졌다고 현지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는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가 이날 새벽 1시에 국영텔레비전 연설로 “내전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자 더욱 반발했다. 그는 “리비아는 (대통령들이 축출된) 이집트나 튀니지와 다르다”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총알 한 발까지 쏘며 싸우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 연설을 전후해 시위대가 내무부와 인민위원회 청사, 여러 경찰서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한때 사이프 이슬람이 설립한 국영 텔레비전과 라디오 사옥에도 진입해 불을 질렀다. 카다피의 큰아들 무함마드 카다피가 위원장인 올림픽위원회 건물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전날 50여명이 더 숨진 제2의 도시 벵가지는 21일 시위대가 사실상 장악했고, 동부 다른 도시들도 시위대 수중에 떨어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전체 사망자를 233명으로 집계한 가운데, <가디언>은 500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부족사회의 힘이 강한 리비아에서 권력 내부의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알자지라>는 와르팔라·주와야 두 부족이 카다피에게 출국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벵가지에서는 군이 시위대와 합류하고 탱크를 넘겨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무스타파 압델잘릴 법무장관은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과도한 무력 사용”에 항의하며 이날 사직했다.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표에 이어 중국과 인도 주재 대사도 사표를 던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런 상황에서 카다피가 20일 베네수엘라로 출국했다고 보도해 망명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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