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동지 내무장관 ‘반역’
장교들 쿠데타 모의 소문
군핵심에 친족·측근 포진
‘장악력 유지 가능’ 분석도
장교들 쿠데타 모의 소문
군핵심에 친족·측근 포진
‘장악력 유지 가능’ 분석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리비아 군부도 독재의 충견으로 남을 것이냐,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에 동참할 것이냐에 관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군부는 현역 대령 칭호를 유지하고 있는 카다피를 지켜주는 보루 노릇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육해공군과 ‘인민 민병대’를 합쳐 11만9000명 규모인 리비아군은 1969년 카다피가 대위 신분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핵심 엘리트집단으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이반과 항명 소식이 잇따르며 군부의 충성도 허물어져 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부의 통제 밖에 놓인 벵가지 등지에서는 군이 시위대와 합세했다. 외신들은 동부 도시들에서 군과 경찰이 ‘해방구’의 치안 유지를 맡았다고 전하고 있다.
42년 전 쿠데타에 가담한 ‘혁명동지’ 압둘 파타 유니스 알아비디 내무장관이 시위 대열로 돌아선 것도 카다피에게 큰 악재다. 알아비디는 정예 부대인 ‘벼락 여단’도 이끌어왔다. 알아비디는 22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자살하거나 죽임을 당할 것”이라며 “군은 인티파다(봉기)에 합류하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방장관 구실을 하던 아부 바크르 유니스 자비르가 21일부터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정보분석기관인 스트랫포는 일단의 장교들이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자며 쿠데타 계획을 모의중이라는 소문도 나돈다고 전했다. 이들의 계획은 카다피를 몰아낸 뒤 민·군이 참여하는 혁명지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알자지라> 방송도 22일 일부 장교들이 “국민의 편에 서서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 도시들을 시위대에 내준 정부군이 별다른 반격을 조직하지 못해 군부가 심각하게 약화됐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카다피의 장악력이 확고한 편인 트리폴리에서 시위대를 공격하는 것은 정부군이 아니라 수단 등 외국에서 온 용병들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친족과 측근, 자신의 출신 부족인 카다파족을 핵심에 포진시킨 카다피가 군에 대한 장악력을 쉽게 잃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가령 막내아들 카미스 카다피가 이끄는 32여단은 최정예 친위부대로 불린다. 또 정권 2인자라는 카다피의 동서 압둘라 세누시는 군 정보기관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한테서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유혈진압까지 저지른 군부가 갑자기 시위대 편에 서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군부가 진압 책임론을 경찰에 전가할 수 있는 이집트와 다르다는 얘기다. 여러 부족이 요직을 나눠먹은 인사구조도 군의 입장 정리를 어렵게 만든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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