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숨진 내전 뒤 유지…“국제여론 속이기” 비난
예멘·바레인도 반정부 시위대와의 대화 등 ‘달래기’
예멘·바레인도 반정부 시위대와의 대화 등 ‘달래기’
알제리 정부가 19년 동안 계속되어오던 비상사태를 24일 공식 해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달래기 위한 유화책으로 보인다.
알제리 정부는 이날 비상사태 해제를 관보에 실어 공식 선언했다고 알제리 관영 통신 <에이피에스>(APS)가 전했다. 하지만 다후 오울드 카빌라 내무장관은 수도 알제에서 시위는 여전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카빌라 장관은 “알제리가 테러리스트 집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도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알제리 정부는 1992년 내전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해 2002년 내전 종료 이후에도 유지해왔다. 알제리 내전은 1991년 최초의 다당 참여 총선 당시 이슬람 정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이자 군부가 총선을 중간에 취소시키면서, 알제리 군과 이슬람 무장단체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20만명 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알제리 군부는 1962년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실질적인 권력 집단이며, 1999년 취임한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권력은 제한적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알제리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권 보호를 위한 알제리 연맹’은 이번 비상사태 해제 조처가 “국제 여론을 속이기 위한 계략일 뿐”이라며 비난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다른 아랍 국가들도 시위대를 달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32년째 집권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4일 시위대와 대화하기 위한 정부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으며,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 모두를 똑같이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살레 대통령이 이끄는 일반민중의회 소속 의원 8명이 이날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최소 13명이 숨진 유혈사태에 항의해 탈당하기도 했다.
바레인 정부는 살만 빈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자를 내세워 반정부 시위대와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바레인 외무장관 칼레드 빈아흐메드 알칼리파는 <로이터> 통신에 “모든 것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이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집트 군부는 예멘에 시위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조언했다고 <스트랫포>는 전했다.
<스트랫포>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이 살레 예멘 대통령에게 “강경 진압을 자제하고 시위대의 보호자로 행동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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