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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벵가지 장악 시위대, 시민위원회 꾸려 ‘새 체제’ 실험

등록 2011-02-25 20:24수정 2011-02-25 21:34

‘항쟁 도화선’ 투르벨 등 15명 자치정부 시동
‘카다피 체제 붕괴땐 극도 혼란’ 예측 뒤집어
치안 유지·무기 비축하며 ‘반정부’ 세력 모아
“우리도 처음에는 반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게 바뀌었다.”

24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기자를 만난 인권변호사 파트히 투르벨(39)은 모든 변화가 아직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그의 투옥에 항의해 몇몇 사람이 벵가지에서 벌이던 석방요구 시위는 대규모 민중봉기로 이어졌다. 투르벨은 이날 교수와 변호사 등 15명으로 구성된 벵가지 ‘시민위원회’ 구성원으로 들어갔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온 항쟁의 시발점이자 중심도시인 제2의 도시 벵가지가 ‘카다피 없는 리비아’의 미래상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리비아인들로서는 지난 42년 동안 꿈꾸기 어려웠던 새로운 체제가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인민위원회라는 ‘아래로부터의 권력’을 부르짖은 카다피의 녹색혁명이 또다른 ‘아래로부터의 권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벵가지의 변화는 봉기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빠르다. 이날 시위 중심지였던 법원 청사에서 발족한 시민위원회는 행정을 총괄하는 자치정부 성격을 띠고 있다. 시민위원회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봉기 과정에서 아무한테나 넘어간 총기류를 회수하고 치안을 확립하는 일이다. 또 아직 카다피에게 충성하는 정보요원 등에 대한 색출 작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시위대가 접수한 벵가지는 이미 교통경찰이 거리로 돌아와 차량을 통제하고, 빵집 등 가게들이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시위대가 장악한 투브루크 등 다른 동부 도시들도 차츰 평화를 되찾아가고 있다.

제2의 도시 벵가지의 실험은 ‘포스트 카다피’ 체제가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그간 야당도, 참다운 의미의 시민단체도 존재할 수 없었다. 1973년 제정된 법은 4인 이상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따라서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카다피 체제가 붕괴하면 극도의 혼란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던 터였다.

벵가지 시민들은 한편으로 카다피의 반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육상 공격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공습이나 해상을 통한 반격이 시도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뉴욕 타임스>는 벵가지 시민들과 반란에 가담한 군인들이 이에 대비해 기관총 등 무기류 비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국경 너머 이집트로부터도 무기가 반입돼 동부지역 시위대의 무장을 강화해주고 있다. 벵가지의 ‘반란군’은 또 사실상 내전이 전개되고 있는 서부의 정부군에 연락을 넣으며 총구를 카다피에게 돌릴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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