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쿠데타 우려 군 약화
지휘부 붕괴 시위대에 투항도
지휘부 붕괴 시위대에 투항도
인구 650만명에 15만명의 군경을 보유한 리비아는 일종의 병영국가이다. 그러나 7만5천명에 달하는 육해공 정규군은 반정부 시위 초반부터 와해됐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쿠데타로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쿠데타를 막기 위해 군을 약화시켜놓은 바람에 정작 정권 수호에 동원하려 할 때 정규군의 대부분이 무기력증에 빠진 탓이다.
옆나라 이집트의 군부가 독자적 발언권을 갖고 국민들의 신망 속에 민주화시위 이후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리비아군은 일부 특별한 정예부대를 제외하고는 장비·훈련·대우 등에서 차별받고 정치적 통제를 받아 작전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또 출신 부족에 따라 승진과 대우가 달라지면서 군인들도 출신 부족과의 연대가 강하고, 군 지휘부는 카다피의 둘째와 넷째 아들 간의 권력투쟁에 얽혀 이합집산이 심했다고 미국의 민간전략정보기관인 <스트랫포>는 분석했다.
카다피의 출신 부족이 주축인 공군에서도 일부 조종사들이 공습명령을 거부하고 망명하거나 낙하산으로 탈출해 전투폭격기를 추락시켰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렇게 군대가 충성심도 약하고 애초 전투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카다피는 동부지역에서 잇따라 시위대에 투항한 정규군을 큰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군 지휘부의 붕괴는 정규군의 와해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기도설이 유포된 지난 21일 군을 지휘해야 할 리비아군 합참의장이자 사실상의 국방장관격인 아부 바크르 유니스 자비르 국방위 서기는 자택연금 상태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비르는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경우 지도자로 추대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혁명평의회 일원으로 내무장관인 압델 파타 유니스 장군도 벵가지의 반정부 시위대에 투항하는 등 군 유력인사들의 시위대 쪽 귀순이 줄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류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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