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마저 붕괴땐 자살?
사브하로 옮겨 마지막 결전?
사브하로 옮겨 마지막 결전?
“카다피의 인생은 얼마 남지 않았다. 카다피는 히틀러가 했던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리비아 전 법무장관 무스타파 압델 잘릴은 24일(현지시각) 스웨덴 신문 <엑스프레센>과의 인터뷰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부대에 작전 명령을 내리다가 마지막에는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자살한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압델 잘릴 전 장관의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카다피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카다피는 24일(현지시각) 국영방송의 토크쇼 도중 전화를 연결해 한 연설에서 “시위대가 약물에 취해 있다. 시위대 배후에는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이 있다”고 퍼부으며 강경 진압을 다짐했다. 앞서 22일 연설에서는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어떤 형태로든 카다피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며 “국민들과 대화를 단절한 채 무력에만 기대려 하면서 정당성을 잃었고 결국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카다피가 최후까지 저항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반정부 시위대에 넘어가면 카다피는 자신의 출신 부족인 카다파족의 본거지 시르트 또는 카다파족의 역사적 시원지인 사하라 사막 인근 사브하에서 마지막 결전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카다피 고향인 시르트를 카다피 쪽과 반정부 시위대 쪽 중 누가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카다피가 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망명지로 카다피가 범아프리카주의를 내세우며 친분을 쌓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31년째 집권하고 있는 짐바브웨 등이 거론된다.
한편에서는 카다피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카다피가 아직도 군사력과 경제력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시위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전문가들 진단이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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