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트리폴리 군 지하벙커에 은거 보도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주변에서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반정부 세력의 장악 지역이 차츰 확장돼, 이들이 국토의 80%를 장악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트리폴리 일부도 시위대가 접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는 거듭 ‘피의 보복’을 경고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주 중반부터 트리폴리 동쪽 도시들뿐 아니라 서부도 장악하기 시작한 시위대와 반정부 무장세력은 갈수록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65㎞ 떨어진 사브라타도 26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사브라타는 지난주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이 싸운 자위야의 바로 옆으로, 로마시대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다.
지난 25일 금요예배 뒤의 트리폴리 내 반정부 시위는 60여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무자비하게 진압됐지만, 트리폴리 안에서도 시위대가 장악했다는 지역이 일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도심 동쪽의 노동자층 거주지역 타주라에서 정부군이 시위 진압을 포기하고 떠났다고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타주라 주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쌓고 정부군이나 친카다피 민병대의 재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시위대 편으로 돌아선 리비아군의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정부군과 시민군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를 보냈는데 이미 트리폴리 근교에 도착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유혈사태가 날 전면전 우려가 크고, 정부군 쪽 화력이 월등해 실제 트리폴리 진입은 주저하고 있다. 카다피는 요새화된 트리폴리의 밥 알아자지아 병영 지하벙커에 은거하고 있고, 둘째 사이프, 셋째 사디, 막내 카미스 등 카다피의 아들들이 각각 동부·서부·남부의 방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황이 불리해질수록 카다피는 더 많은 피를 요구하는 전술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리폴리의 한 주민은 26일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카다피 지지자들이 혁명위원회 본부에서 총을 타갔다”고 말했다. 전날 카다피가 지지자 1000여명에게 “적당한 때가 되면 무기고를 열 것이고, 그러면 모든 부족이 무장해 리비아는 불길로 빨갛게 물들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둘째아들 사이프는 26일 시위대와 대화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혔지만, 대화와 타협을 위한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언론용 발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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