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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잘릴이 이끄는 과도정부 ‘포스트 카다피’ 밑그림

등록 2011-02-27 21:49

야권·군지휘관·부족 지도자 연석회의서 논의
“3개월안에 공정한 선거…지도자 선출” 밝혀
국외 외교관 즉각 환영…국민 지지는 불투명
‘과도정부’ 순항할까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과도정부가 구성되면서 카다피 이후 급작스런 정치적 진공상태에 따른 혼란을 막으려는 반정부 시위세력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벵가지 시민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27일(현지시각) 반정부세력이 장악한 동부지역 여러 도시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을 과도정부의 지도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주 초 카다피 내각의 유혈진압에 항의해 사임한 잘릴 전 장관은 26일 저녁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벵가지에 기반을 둔 과도정부 구성을 이끌고 있으며 이 과도정부는 군부와 민간인들도 아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정부가 3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그 안에 공정한 선거를 치러 국민들이 지도자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다피와의 협상은 있을 수 없지만 카다피 출신 부족인 카다파족은 용서받았다고 강조했다.

잘릴은 앞서 24일 리비아 동부도시 바이다에서 야권 정치인들과 군 지휘관들, 각 부족 지도자들과의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과도정부 구성도 그 자리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진 과도정부의 구체적 면모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일단 국외의 리비아 외교관들은 즉각 과도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알리 아우잘리 미국주재 리비아 대사는 “우리(리비아 반정부세력)는 리비아 전체가 해방될 때까지 관리 정부로서의 이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잘리는 “잘릴 전 장관은 매우 정직한 사람으로, 무고한 시민에 대한 카다피 정권의 교수형 집행 명령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그가 모든 리비아인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주재 부대사도 <로이터> 통신에 “과도정부의 면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중이지만, 원칙적으로 잘릴의 과도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잘릴 전 장관은 카다피 내각의 장관으로 있으면서도 카다피 정권의 불법적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에 주저하지 않아, 리비아 집권층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8월 휴먼라이츠워치는 “잘릴 장관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리비아 보안군의 무차별 체포와 재판 없는 구금 연장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며 “진짜 문제는 법원의 석방 명령을 거부한 보안군과 내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형기를 마쳤거나 법원의 방면 판결을 받고도 구금돼 있는 최소 200명의 재소자들에 대해 잘릴 장관이 즉각 석방을 요구했으나 보안군이 장관의 명령을 거부했다”고 명시했다.

카다피는 집권 기간 동안 최측근들과 인민위원회를 두 축으로 권력구조를 단순화해왔다. 이 때문에 뜻밖의 권력공백 속에서 부족간 권력쟁탈전이 가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리비아 인구의 대다수가 지중해 연안의 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데다 근대화가 진전된 까닭에 전통적인 부족 정체성이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잘릴 전 법무장관은 “조국의 영토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리비아는 자유화됐으며 그 수도는 트리폴리라고 강조해 동서분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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