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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위 동영상에 찍힌 사람들 사라져” 겁 질린 시민들

등록 2011-03-04 20:19수정 2011-03-04 21:51

정부군, 시위자들 색출 어디론가 끌고가
정부군 무서워 시위자 장례식 문상 못해
“모든 곳에 스파이…외부도움 기다린다”
공포 휩싸인 트리폴리

리비아 트리폴리주 파슐룸 지역에서는 3일(현지시각) 반정부 시위 도중 숨진 56살 남성의 장례식이 열렸다. 하지만 정부군이 두려워 이웃들은 오지 않은 쓸쓸한 장례식이었다.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주 금요예배 때와 달리, 이번주에는 시위 예고조차 없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트리폴리주에 들어간 <에이피>(AP) 통신과 <뉴욕 타임스>는 이날 주민들이 빠져 있는 공포와 좌절감을 생생히 전했다. 보안군, 인민군, 인민 방위대 등 여러 소속의 리비아 정부군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병원에 있는 부상자들까지 연행하고 있다. 정부군은 최근 수도 트리폴리시와 인근에서 벌어졌던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했다. 파슐룸 주민들이 증언한 희생자 중에는 정부군 총에 머리를 맞아 숨진 19살 청소년과 친척을 부르러 갔다가 정부군의 무차별 난사에 희생된 25살 여성도 있다.

반정부 시위 때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을 토대로 한 정부군의 시위 참여자들 색출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군이 스포츠실용차(SUV)에 타고 밤에 민가에 들이닥쳐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어디론가 끌고 간다는 증언들도 잇따랐다. 트리폴리주 타주라 지역 주민 한 명은 “날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타주라 지역에는 픽업트럭 15대를 타고 나타난 정부군들이 반정부 시위 참여자 20여명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주민들은 “정부군이 타주라는 테러리스트 지역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종된 이들의 주검은 거리 한구석에 버려지기도 한다.

감시는 일상적이다. 파슐룸 지역 이발소에 있던 남자는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건너편 거리의 두 사람을 조용히 가리키며 “모든 곳에 스파이가 있다”며 “지금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형이 정부군 총에 맞아 죽었다는 남성은 “정부군이 장례식 내내 우리를 감시했다”고 말했다.

거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을 체념에 빠뜨린 듯했다. 트리폴리시 주민 한 명은 “사람들은 시위에 참여하면 정부군이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트리폴리 모든 사람들은 외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내 두 눈으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봤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파슐룸 지역 젊은이 한 명은 일종의 궁정 쿠데타가 아니면 카다피를 제거하기 어렵다고 좌절했다. “카다피 주변의 인물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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